[르포]위험물 실은 차량 역주행하고, 과속 방지턱도 덜컹 덜컹

매일 20t 넘던 위험화물 반입량
196kg으로 급감..처리는 단 2건뿐
저장소 안거치고 항공사 자체 처리
"안전관리 허술해 폭발사고 위험" 지적
  • 등록 2015-10-19 오전 12:30:01

    수정 2015-10-19 오전 12:30:01

[인천국제공항=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의 인천국제공항 화물 터미널. 각 항공사 및 물류업체 창고는 밀려드는 화물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위험물 관리시설인 위험물터미널은 휴업 중인지 착각할 정도로 한산했다.

매일 화물기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운반되는 위험물은 최소 20t 이상이지만 기자가 방문한 지난 13일 위험물터미널로 반입된 물량은 불과 196kg. 나머지 위험물의 행방을 묻자 공항 관계자는 “개별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항공사가 운영하는 위험물 저장소를 둘러보니 안전시설도 구비하지 않은 채 물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지난 8월 160여명이 사망한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내에서도 위험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인천공항만은 무풍지대였다.

문 닫힌 인천공항 위험물터미널

인천공항 화물 터미널은 착륙한 항공기에서 화물을 하역하는 에어사이드(Airside)와 물류 창고 외곽의 랜드사이드(Landside)로 구분돼 있다. 항공기에서 내린 위험물을 터미널로 옮기는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위험물 입·출입을 통제해야 할 인천공항공사 인력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출입문 너머의 에어사이드를 가득 메운 화물기들의 모습이 역설적이었다.

관세청 고시는 항공기 입항 후 위험물을 지정된 장소에 반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페덱스 등 일부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고는 위험물터미널에 해당 화물을 보관하는 항공사 및 물류업체는 없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규정된 6종류의 위험물을 별도 보관하는 저장 공간이 구비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법규상 2류(가연성 고체)와 3류(자연 발화성 물질)로 분류되는 물질의 저장소에는 각각 1개의 물품만 보관돼 있었다. 물량이 가장 많은 4류(가연성 액체)가 반입되는 저장소도 80% 이상 비어 있었다.

위험물터미널 관계자는 “20t 이상의 물량이 들어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거의 텅 빈 상황”이라며 “위험물을 항공사 스스로 처리하겠다고 하니 위험물터미널은 무의미한 공간이 됐다”고 토로했다.

텅텅 빈 인천공항 위험물터미널 저장소(왼쪽)와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만든 위험물 옥외 저장소. 사진 이재호 기자.
맨땅에 방치된 위험물

대한항공(003490)은 항공기로 실어 온 위험물 중 상당량을 김포공항 인근의 창고로 운반해 처리하고 있다. 김포공항이 인천공항 관내로 묶여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의 지상 조업(화물을 하역하고 운송하는 업무) 자회사인 한국공항 창고에는 대형 화물차량들이 쉴새 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부지가 협소한 탓인지 차선을 지키지 않고 역주행하는 차량이 다수 눈에 띄었고 과속 방지턱도 곳곳에 있었다. 위험물을 실은 차량이 들고 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창고 안에는 일반화물과 위험물 표식이 붙은 화물이 뒤섞여 있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물류 창고와 폐기물 처리장 사이에 위험물 옥외 저장소를 새로 짓고 지난달 26일부터 사용 중이다. 옥외 저장소라고는 하지만 철망을 둘러쳐 놓은 것이 전부다. 위험물 간의 간격은 1m 미만으로 너무 좁았고 화재 진화 시설 등도 없었다. 해당 장소에 보관할 수 없는 1류 물질(산화제)도 눈에 띄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은 옥외 저장소를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옥외 저장소 설치는 신청 후 이틀 만에 승인을 받아 이뤄졌지만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소방서 등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소방서 관계자는 “항공사를 대상으로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정하는 위험물 저장 및 취급 기준을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은 “항공 위험물 취급 관련 법규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톈진항 폭발사고와 같은 위험성이 인천공항에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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