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전 의원 사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지난 8일 곽 전 의원에 대해 뇌물·알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관련 증거로 제출된 정영학 녹취록 상당 부분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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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계사는 검찰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조사가 본격화된 2021년 9월 검찰에 출석해 녹음파일 66개와 녹취록 6권, 사건요약서 사본 등을 스스로 제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그분’과 ‘50억 클럽’ 법조인들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대장동 의혹의 ‘스모킹건’으로 평가됐다.
곽 전 의원이 ‘50억 클럽’ 중 가장 먼저 기소된 것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아들이 실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퇴직금과 보상금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수령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에는 김씨가 2020년 3월 정 회계사에게 “6명에게 각 50억원씩을 줘야 하고, 이를 대장동 수익에서 충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담겼다.
녹취록 속 김만배 “곽상도 아들 통해 50억 줘야 한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4일 녹취록엔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곽상도가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고 한다. 며칠 전에도 곽상도 아들에게 ‘뭘? 아버지가 뭐 달라냐’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라고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원은 사실상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된 돈이라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이 2015년 초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에서 하나은행의 이탈을 막아 컨소시엄 와해를 막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구체적으로 곽 전 의원이 대학 동문인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부탁해 컨소시엄을 막았다는 결론이었다.
대장동 사건의 폭로자인 정 회계사도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쏟아냈다.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계획서 관련해 조언을 해주는 등 사업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또 호반건설이 하나금융 측이 새로운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했고, 이를 곽 전 의원이 힘을 써서 막았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는 하나은행에서 근무 중이던 지인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이를 김씨에게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뇌물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곽 전 의원 아들이 퇴직금·상여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받았다’는 것 외엔 검찰의 공소사실 일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 측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과, 핵심 증인은 정 회계사의 증언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일단 정 회계사의 증언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았다. 호반건설이 하나금융 측에 새로운 사업 제안을 한 것은 맞지만 당시 호반건설 회장을 직접 만난 하나은행 부행장이 거절의 뜻을 밝혀, 화천대유가 참여하던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2020년 중순 남 변호사에게 “곽 전 의원이 2015년 초 친분이 있던 하나금융 회장한테 전화를 해서 막아줬기 때문에 선정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는 이와 관련해 “(경비 부담 관련한 얘기를 하던 과정에서) 별생각 없이 순간적으로 떠올라서 했던 말”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곽 전 의원과 김 전 회장이 처음 알게 된 것은 2018년 무렵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정영학 녹취록’ 속 50억 클럽 언급 등에 대해서도 2020년 초 (동업자 간) 비용 정산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정 회계사가 배당 구조를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동업자인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해 나온 허언이라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정 회계사 진술 다수에 대해선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는 내용으로서 당사자가 부인하거나 진술 자체가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아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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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김만배 일당에게 모종의 특혜를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장동 일당의 자금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이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를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곽 전 의원 사건 재판부가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 별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배임 사건 등에서 이 부분의 신빙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녹취록에 대한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도 크지만, 그보다는 검찰 측 핵심 도우미로 평가받는 정 회계사의 진술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검찰로선 더 큰 타격일 것”이라며 “김만배의 말이 허풍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