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가 오는 24일 열리는 11월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11곳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1명 중 10명이 기준금리를 3.25%로 3.0%에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예상한 의견은 1명에 그쳤다. 5%대 후반의 고물가와 미국의 최종금리 상단 전망이 최소 5%대로 올라선 상황은 그대로다. 하지만 두 차례의 빅스텝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됐고, 급격한 긴축으로 단기 금융시장의 ‘돈맥경화’가 나타나면서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완화와 물가 안정 흐름도 한은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연준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12월부터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7.7%를 기록해 시장전망치(7.9%)를 하회하면서 ‘킹달러’ 현상도 주춤해졌다. 연고점 기준 144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340원선으로 하락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의 완화, 누그러진 달러화 강세, 성장률 하방 위험 증대 등으로 이달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의 금리 속도 조절 분위기는 금통위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금통위 내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알려진 서영경 위원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금융학회’ 공동 주최 정책 포럼에서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지금은 대내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박기영 금통위원도 “지금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속도 조절에 힘을 실었다.
|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전망한 한은의 최종 금리 전망치는 3.75%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금통위와 내년 두 차례 인상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봤다. 이 보다 낮은 3.5% 최종금리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 끝이 다가온다는 인식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경우 금통위는 내년 2월 금리를 동결해 최종금리는 3.5%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를 틀 것이란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번 조사에서 11명 중 6명이 내년 금리 인하를 점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빠르게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하기는 힘들 수 있지만, 경기 침체와 유동성 리스크 등에 따라 (미시 정책적인) 완화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미 연준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도 금리 인하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내년 연말까진 한은이 연준과의 금리 격차, 고물가를 꺾기 위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5명이나 돼 팽팽하게 맞섰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부진이 심화하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폭이 큰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선제적인 인하는 자본유출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