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난해 12월 23일 문을 연 강원도 강릉의 ‘아르떼뮤지엄’. 디스트릭트가 제주·여수에 이어 국내 세번재로 선보인 몰입형 미디어아트상설 전시관이다. 4975㎡(1500평) 공간에 지역 특성을 살린 ‘밸리’(VALLEY)를 테마로 12개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규모는 축구장 2/3 정도지만, 축구장보다 훨씬 넓게 느껴진다. 벽과 바닥이 거울이라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끝이 없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이색 체험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개관 한 달 만에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강릉의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이유가 있다.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소리와 향기까지 더해 색다른 시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몇 발자국 옮겼을 뿐인데 그림 속으로 들어간 기분을 느낄 수 있고, 해변을 산책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환상적인 미디어아트와 감미로운 사운드에 모두 감탄사를 터트린다.
첫 출발은 ‘꽃’(Flower)이다. 입구를 통과하면 사방에서 하늘하늘한 코스모스가 눈을 사로잡는다. 기술이 만든 효과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토끼 굴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높이 8m에서 떨어지는 ‘폭포’(Waterfall), 초현실적인 ‘해변’(Beach), 자연의 공포와 경이를 보여주는 ‘천둥’(Thunder), 우주에 서 있는 듯한 ‘동굴’(Cave) 등 공간마다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강렬한 영상과 감각적인 음향, 세밀한 향기가 몰입감을 더한다. ‘라이브 스케치북’(Live Sketchbook)의 인터랙티브한 전시는 어린이들에게 신기한 놀이다. 개와 호랑이 등 동물을 색칠한 뒤 스캐너에 올리면 대형 화면에 자신의 작품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에너지와 미소가 빛난다. ‘태양’(Sun) 앞에는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한 이들이 늘어선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환상 여행의 클라이맥스는 메인 전시관 ‘정원’(Garden)이다. 이곳에서는 ‘강원’과 ‘명화’를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 쇼가 30분씩 반복 상영된다. 고흐와 렘브란트, 보티첼리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이 화사한 빛으로 전시장을 물들인다. 바다로 떠오르는 해, 비 오는 사찰, 별이 반짝이는 항구, 눈 덮인 산 등 사계절 풍경이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화룡점정은 ‘티바’(Tea Bar)다. 차를 특별하게 마시는 공간으로, 잔에 달이 뜨고 꽃이 핀다. 관동팔경을 돌아보고 술에 꽃을 띄워 마시던 선조들의 심정도 이랬을까.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이곳에서 보낸 몽환적인 시간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