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코로나19 확진자가 일주일 내내..진짜 맛집인 듯"

확진자 동선 공개에 달라진 반응
위생 뿐만 아니라 동선도 '관리'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 등록 2020-03-01 오전 12:10:00

    수정 2020-03-01 오전 12:10: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일주일 내내…진짜 맛집인 거 같아요”

지난달 24일 한 누리꾼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 김밥 전문점에 남긴 댓글이다.

그는 “제가 꼭 찾아갈게요. 많이 놀라셨을 텐데 가라앉히시고 2주 후에 봬요. 맛집으로 부상하실 거에요”라고도 했다. 그가 이러한 글을 올린 날, 해당 김밥 전문점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1위를 차지했다.

23일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다.

강서구 확진자의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동선 중 해당 김밥 전문점이 4차례 등장했다. 하루에 두 차례번 들른 날도 있었다. 이에 누리꾼은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여기 김치수제비 맛있어요”, “가보려고 지도 검색해봤어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확진자 동선 공개하자 “쾌차하세요”

최근 2주간 연일 수백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동선’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 다녀왔거나, 주요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방문하지 않았어도 2차 감염, 3차 감염에 의해 ‘나도’ 걸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걸린다면?’이라고 가정했을 때 건강도 문제지만 동선 공개로 인한 사생활 노출과 주변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커진다. 주변에선 걱정 어린 농담으로 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동선도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확진자에겐 위로를, 꺼렸던 동선에 있는 식당이나 상점 등에 응원을 보내는 댓글이 점점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자 “대단하다”, “모범시민이다”는 내용의 댓글이 쏟아졌다.

인천시에 따르면 해당 확진자는 자각증상이 생긴 후 자율적으로 격리에 들어갔고, 동선과 증상 등을 매일 기록했다. 또 항상 마스크를 착용했고 가급적 도보로 이동했으며 다중밀집장소 방문을 자제하는 등 개인위생에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집에서도 마스크와 위생 장갑 등을 착용한 확진자 덕에 함께 거주한 어머니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접촉자 23명 역시 모두 같은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오전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병원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경남 양산시의 한 확진자 동선에는 “할아버지 얼른 쾌차하세요”라는 격려의 댓글이 잇따랐다.

70대 확진자는 오전 6시30분이면 자신이 운영하는 이발소로 출근했다가 오후 9시면 돌아오는 일상을 지냈다. 외출은 점심시간에 들른 국밥집과 밭을 가꾸는 일이 전부였다. 그런 그가 주말에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친척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는 결혼식 참석 후에도 이발소로 향했다.

그의 일상이 흐트러진 것은 결혼식에 다녀온 지 5일 뒤였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서 밭에 들른 후 다시 돌아왔고, 그 다음 날엔 이발소에 나가지 못했다. 결국 보건소에 방문해 검사를 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누리꾼은 그의 소식을 전한 온라인 기사와 커뮤니티 글에 “동선에서도 성실함이 느껴진다”, “얼마나 아프셨으면 이발소 출근을 못하셨을까”, “얼른 나으셔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바란다”는 댓글을 남겼다.

확진자의 아들이 “(아버지가) 밀접접촉자가 아니라 격리 대상도 아니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안내를 받았다”면서도 “혹시 걱정되고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드리면 안 되기 때문에 가게도 휴업하고 자진해서 자가격리하셨다”라고 한 후일담도 온라인상에 퍼졌다.

서울 강남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 2명이 발생한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 인근 도로에서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예방차원에서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입장바꿔 생각해봐요”

최근 확진자 동선은 원망의 대상이 아닌 우리 이웃, 가족 그리고 나의 일상이 될 수도 있다고 깨닫는 계기가 된다.

역지사지로 보면 감기 증상이 있어도 직장 생활을 이어간 확진자는 부득이하게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수 있다. 또 교회 수련회를 떠나는 바람에 동선이 길어진 확진자는 의심할 만한 접촉이나 여행 이력이 없었기 때문에 예정대로 일정을 이어갔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렇게 출퇴근하다 운 나쁘게 코로나19 걸리면 회사 동료들의 원망을 얼마나 들을까”, “요즘 헬스장 가서 운동할 때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접촉자’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아픈 것보다 주변에 민폐 끼칠까 걱정”이라는 댓글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전국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됐을 때 가장 두려운 건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이라고 했다.

조사 중 상황별 두려움(5점 만점)을 묻는 문항에서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추가 피해’를 두려워하는 정도는 평균 3.52점이었다. ‘무증상 감염되는 것’(3.17점), ‘증상이 있는데도 자가신고하지 않은 이가 주변에 있는 것’(3.1점) 등 감염 관련된 항목보다 점수가 높았다.

‘미리 알고 예방하자’는 선의에서 공개한 확진자의 동선에 원망을 늘어놓기 보다, 나와 우리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정보’로 여긴다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불안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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