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월 중순이니 이럴 때가 됐다. 겨우내 쌓인 눈이 슬슬 녹아내리며 청명한 하늘색과 극적인 조화를 이뤄내는 풍광. 인적 없는 산등성이에 한두 채 들인 오두막 뒤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의 강건한 자태. 머리에 얹은 눈을 털며 겨울도 털어낼 준비를 하는 먼 산과 언 땅.
인물과 풍경, 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는 작가. 그는 마음에 꽂히는 인물화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풍경화를 그린다. 마음이든 가슴이든 이유는 하나다. 속 깊은 묘사다. 외면과 내면 모두를 꿰뚫는 붓질이니까. ‘천주마을에서’(2018)라면 설명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