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인 비금융주력자의 지분 한도를 50%로 확대했고, 최저자본금도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낮춘데다 영업범위도 일반은행과 차등을 두지 않기로 한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돼 전세계 핀테크를 주도하듯이, 국내 인터넷 기업들도 중소기업 대출 시장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통신과 IT서비스 업계는 대기업 그룹의 참여 제한에 아쉬움을 표했다.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GM 같은 제조 대기업이 주도하는데 우리는 공정거래법상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은 경영권을 가질 수 없어 경쟁이 제한될 것이란 주장이다.
인터넷은행 시범 인가 대상은 9월부터 신청을 받아 연말께, 본인가 대상은 4분기쯤 신청을 시작해 내년 초에 출범한다.
금융위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평가 때 IT기업이나 제2금융권 등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가점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적극적인 곳은 다음카카오와 다우기술이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톡’과의 연계가, 다우기술은 인터넷증권사 ‘키움증권’의 노하우가 강점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은 50%까지 지분 참여도 가능하고 법 개정도 수반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환영한다”면서 “다음카카오는 인가 신청도 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는 부정적이고,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는 관망세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업 진출을 검토한 적 없으며 관련 스터디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네이버페이를 통한 간편결제와 송금은 검색 서비스의 연장선 상에서 이뤄진 것이지 금융업을 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간편결제 ‘페이코’을 출시한 NHN엔터테인먼트와 전자결제 1위 기업인 KG이니시스와 핀테크 제휴를 맺은 바 있는 엔씨소프트 등은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지만 정해진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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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대규모 데이터를 가지고 있거나 이를 가공·유지·관리할 수 있는 포털이나 통신사, 지급결제 기업 등이 유력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는 인터넷은행 진입이 막혀 있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집단은 지난해 말 기준 61개 기업으로 삼성·현대차·SK·LG·KT 등이 포함돼 있다.
KT 관계자는 “현행법상 교보생명과 미래에셋도 상호출자제한 그룹에 해당하지만 금융이 주력이어서 은산분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재벌이 아닌 KT나 포스코 같은 그룹은 은산분리 완화 은행법 개정 과정에서 진입이 검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카이스트 명예교수)은 “IT기업들이 은행업에 들어와 은행을 혁신해야 한다”면서 “인터넷 은행은 기존 은행들이 여러 고비용 구조 때문에 못내렸던 대출 금리를 낮출 것이다. 은행들은 반발하겠지만 이번 금융위의 인터넷 전문은행 발표는 최근 몇 년간 정책 중 가장 훌륭하다”고 평했다.
반면 지나친 규제 완화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지분한도를 50%까지 확대한 것은 특정 기업의 독주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설령 은행법이 그대로 통과된다고 해도 나중에 인터넷전문은행의 규모가 확대되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