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제4이통과 면세점에 숨은 악마

  • 등록 2015-06-16 오전 1:00:08

    수정 2015-06-16 오전 6:51:4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메르스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제4이동통신과 면세점 사업권을 누가 거머쥐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4이통은 올해 11~12월 중 한 곳을 뽑는데 이번에 사업자 선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신규 면세점은 7월 중 서울(3)과 제주(1) 네 곳을 정한다. 제4이통은 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모양새이고, 면세점의 경우 7개 그룹사가 서울시내 티켓 2장을 따내기 위해 전쟁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주는 ‘사업권’의 의미는 각별하다. 심사 기준을 통과한 기업에는 일정 정도의 고정 이윤이 보장된다. 사업권을 신청한 기업이나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희비가 갈릴뿐 아니라 관련 업종이나 중소기업, 지역과 국가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연내 제4이통과 면세점을 신규 허가하기로 한 이유는 뭘까. 제4이통은 민생이 목적이고, 면세점은 외화벌이다.

정부는 제4이통이 나오면 기존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굳어진 구도를 바꿔 경쟁이 더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시내 면세점은 해외로 출국하는 내국인도 고객이 되지만 요우커(중국관광객)를 겨냥한 외화 획득이 목적이다.일본관광객은 최근 5년간 2% 줄어든 반면 중국인은 34% 늘었다.

때문에 제4이통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필수품(통신)에 대한 얘기로, 면세점은 내국인과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강력한 정부 통제가 진행된다는 점과 관련 업종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통신산업은 최소 3조~4조 이상의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드는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정부는 고도의 인프라에 기반한 모바일 벤처를 키우기 위해 국가자산인 주파수와 요금 , 상호접속을 규제한다.

면세산업 역시 관광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커서 관세청 고시에 따라 특허(특별허가)를 받아야 진입할 수 있고, 연 2회 정기 재고조사 및 관할 세관으로부터의 수시감사는 물론면세 한도 역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요즘 두 사업권을 둘러싼 경쟁 양상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제4이통 허가 심사 기본 방향과 신규사업자 정책 지원 방향을 발표하자, 통신사 일각에선 ‘무용론’을 제기한다. 지금도 세계최고의 통신망과 저렴한 요금 수준을 자랑하는데 왜 새로운 경쟁자를 넣으려 하는가에 대한 불만이다. 전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격이 안 되는 사업자를 억지로 넣은 게 아닌데 벌써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새로운 경쟁자를 배제하려는 과욕으로 비칠 수 있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을 뿐인데 벌써 ‘2강구도’니 ‘2강·1중 구도’니 하는 대세론이 퍼지고 있는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롯데와 신라가 80% 이상을 차지해 유명브랜드 유치와 재고관리 등에 있어 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여행 업계의 입점 수수료나 지역 상권, 땅 값에 미치는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신중한 심사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은 총 6개가 운영 중에 있다. 중구에 3개(동화, 롯데, 신라)의 시내 면세점이 있으며, 광진구(워커힐), 강남구(롯데), 송파구(롯데)에 각각 1개씩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제4이통과 면세점 신규 사업권 심사에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강조하고 있다.

제4이통은 긍정적 효과와 함께 실패 시 이용자 피해나 투자 매몰 등이 예상되는 만큼 재정·기술적 능력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진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면세점은 24개 신청법인(중소기업 포함)의 총 7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하루만에 심사하는 게 아니라 이틀 정도로 나눠 사업계획서와 요약본, 관할 세관장의 의견서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황금티켓’으로 불리는 대형 사업권 허가 이후에는 종종 잡음이 불거졌다. 이번 사업권 심사는 패자의 승복은 물론 메르스로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도 충분히 심사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더 합리적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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