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자영업자 대책의 하나로 권리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지 7개월여 만이다.
핵심은 건물 주인이 상가 세입자끼리 권리금을 주고받는 걸 방해하면 손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기 3개월 전부터 계약 종료 시점 사이에 △기존 세입자가 주선한 새 세입자에게 건물주가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세입자끼리 권리금을 주고받지 못하게 막는 경우 △임대료를 급격히 높여서 계약 체결을 무산시키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새 세입자와 계약 맺기를 거절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이를 어길 경우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 종료 후 3년 안에 건물주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액은 새로운 세입자가 내기로 한 권리금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기준에 따라 산정한 계약 만료 시점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을 수 없다.
또 개정안은 건물주가 바뀌어도 임대료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5년간 계약 갱신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담았다. 법 시행 이후 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세입자에게 적용한다. 현재는 서울의 경우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 4억원 이하만 보호 대상이다. 이 밖에 정부가 상가임대차표준계약서와 표준권리금계약서를 마련해 사용을 권장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승종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임대인이 중간에 개입해 자영업자의 권리금을 약탈하는 피해 사례를 막는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풀어갈 과제도 많다. 현행법상 환산 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 임차인은 임대료 상한 규제(연 9%)를 적용받지 않고,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건물주가 제소 전 화해(분쟁이 소송으로 번지기 전에 법원에서 화해를 성립하는 절차) 조서를 작성해 세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약정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최초로 권리금 법제화가 이뤄지면 상가시장의 지각 변동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데이다 대표는 “권리금이 과도한 상가 건물 가격이 하락하고 이를 보상받으려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이는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영 김포대 부동산자산경영학과 조교수는 “자영업자 소득 신고가 불투명하고 입지·브랜드 등 보이지 않은 가치를 추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권리금 산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권리금 보호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가 공무원연금 개정안 및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파행하면서 5월 임시국회에서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과 동시에 임대차 계약이 진행 중이거나 새로 계약을 맺는 모든 상가 임차인들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