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끝내 풀리지 않는 두가지 의문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드러난 모순점들
사업성 조사없이 개발방식 바꾼 '서울시'
변경 불가능한 수용방식 주장한 '강남구'
  • 등록 2014-08-10 오전 7:01:00

    수정 2014-08-10 오후 12:32:04

△지난 4일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된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지난 6월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를 보면 끝내 풀리지 않는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보고서 표지 갈무리]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지난 4일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됐다. 기존 공영개발 계획안도 함께 백지화됐다. 개발방식을 두고 혼용방식(현금보상 및 일부 환지)을 추진한 서울시와 수용·사용방식(현금보상)을 주장한 강남구 양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2년을 끌어온 결과였다.

강남구는 구룡마을 개발 부지의 절반가량을 소유한 대토지주 정모씨 등에게 특혜가 갈 수 있다며 100%수용·사용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서울시는 혼용방식이 아니면 비용 부담이 커 거주민 전원의 안정적 재정착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과 저렴한 임대료 책정 등을 위한 사업비 확보가 어렵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6월 27일 감사원이 내놓은 ‘구룡마을 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보고서’를 톺아보면 끝내 풀리지 않는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첫째는 서울시가 수용·사용방식으로 추진되던 구룡마을 개발 사업을 혼용방식으로 바꾼 명확한 이유이고, 둘째는 강남구가 2012년 8월 2일 구룡마을에 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고시가 이뤄지고 4개월이 지나서야 혼용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부분이다.

서울시의 개발방식 변경에 대한 의문점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2년 1월 31일 강남구로부터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요청을 받았다. 이 때 강남구가 올린 계획안의 개발방식은 땅을 모두 사들여 토지주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수용·사용방식이었다. 하지만 3개월 후인 4월 25일 서울시는 부시장 보고 과정에서 △SH공사 초기투자비용 부담 감소 △토지소유자와의 갈등 완화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부 환지(땅으로 보상)가 포함된 혼용방식이 적정하다고 검토했다. 일주일 후인 5월 2일에는 혼용방식으로 바뀐 계획안을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상정했다. 당시 서울시는 수용·사용방식에 대해서는 최소 3번 이상의 사업성 분석을 실시했지만, 혼용방식은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도계위 과정에서 “혼용방식에서 SH공사의 사업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100%수용방식과 일부 환지방식의 사업성이 대략적으로 구분이 됐느냐”는 도시계획위원의 물음에 서울시 관계자는 “둘 다 지난해 검토했는데, 두 개 다 사업성이 있다”고 사실과 다른 설명을 했다.

감사원은 사업성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서울시가 근거없이 혼용방식으로 변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현재 혼용방식이 필요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임대주택(1250가구)건설 사업비는 가장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도시개발사업의 사업비에 임대주택건축비를 포함한 전례가 없고 법령상 근거도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 역시 임대주택 건축비를 도시개발 사업비 및 개발이익률(비례율)계산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지금도 임대주택 건축비 1222억원 확보를 위해 혼용방식 변경이 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구가 뒤늦게 혼용방식을 문제삼은 이유

구룡마을이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고시돼 혼용방식으로의 개발이 결론이 난지 넉달이 지난 그해 12월 20일, 강남구가 뒤늦게 서울시에 수용·사용방식으로의 변경을 공식 요청한 부분도 의문이다. 감사보고서에는 강남구가 2012년 4월 23일 서울시로부터 “토지소유자의 요구사항인 환지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적혀있다. 또 5월 10일 “다양한 사업방식에 대해 차기 위원회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는 취지의 제8차 도계위 심의결과도 서면 통보받았다. 이어 6월 20일에는 강남구 관계자가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시행방식이 혼용방식으로 결정된 제12회 도계위 심의결과를 서울시에 전화로 확인까지 했다. 특히 강남구 주택과는 신연희 구청장 지시로 2011년 5월부터 구룡마을과 관련한 주민동향 및 도시개발사업 추진내용, 언론보도사항 등을 정리한 ‘구룡마을 공영개발 추진 일일추진상황보고’를 매일 작성해 구청장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이 보고에서 혼용방식이란 내용은 2012년 6월 21일부터 지정·고시일 전날인 8월 1일까지 한달여간 12번 언급됐다.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강남구청이 혼용방식으로 변경된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강남구는 또 도시개발구역이 지정·고시된 이후에는 혼용방식에서 수용·사용방식으로 변경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국토부도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서울시와 강남구 양쪽 모두에게 내린바 있다. 감사원은 강남구가 도시개발구역 지정·고시 전에 혼용방식으로 변경된 사실을 알고도 시행방식에 대해 서울시에 구체적으로 질의하거나 이견을 통보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강남구는 이미 불가능해진 개발방식 변경을 4개월이나 지난 후 주장해 구룡마을 구역 해제와 공영개발 백지화를 초래하게 됐다.

△강남구 주택과에서 2012년 6월 21일부터 8월1일까지 강남구청장에게 보고한 구룡마을 ‘혼용방식’개발 관련 내용. <자료:감사원 구룡마을 감사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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