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차값을 내리지 않는 이유

  • 등록 2011-07-11 오전 7:50:06

    수정 2011-07-11 오전 7:50:0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7월1일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인하에 들어갔지만 폭스바겐은 9월부터 내린다.

볼보, 푸조,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등은 관세율 인하분을 반영해 1.4% 안팎 인하했다.   인기 차종인 BMW 528i는 100만원(1.45%) 내려 6790만원에, 벤츠 E300 엘레강스는 100만원(1.44%) 내린 6870만원에, 아우디 A4 2.0 TFSI 콰트로 역시 70만원(1.41% ) 내린 4920만원에 팔고 있다. 볼보는 한-EU FTA 발효를 한달 넘게 앞둔 5월23일부터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7월1일 선적 차량부터 가격을 내릴 계획이다. 운송기간을 감안하면 9월에나 가격이 인하되는 것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마진이 적어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내릴 순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를 팔고 있는 만큼 프로모션 차원에서 미리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

폭스바겐 관계자는 "다른 수입차들의 마진율은 12% 이상이지만 폭스바겐은 그보다 낮다"면서 "친환경 블루모션 모델들은 거의 제조가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폭스바겐 딜러사인 클라쎄오토의 지난 해 차판매 마진율(판매가-원가/원가x100 )은 10.5%, 이는 BMW 딜러사인 한독모터스의 12.7 % 보다 낮다. 하지만 정비 마진율을 보면 상황이 바뀐다. 클라쎄오토의 정비 마진율은 16.9%나 되기 때문. 한독모터스는 12.6%다.  
▲ 2010년 수입차 딜러 마진율(출처: 각사 감사보고서 재구성)


            폭스바겐 딜러사들이 누리는 차 판매 마진은 적을지 몰라도 차량 정비에선 상당한 수익이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차 판매 마진율을 적게 하고 차 판매이후 수요가 느는 서비스 부품쪽에서 마진을 늘린다"고 말했다.    따라서 마진율 때문에 9월부터 차량 가격을 내리겠다는 폭스바겐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가격 인하폭이 작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인하시기를 늦췄다고 보는 게 맞다.   관세율 인하로 할인되는 차량 값은 6000만원대 차는 최대 100만원,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링카인 골프 같은 중소형급은 30만~4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장 마리 위르띠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르노삼성 사장)은 얼마 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시장진입 장벽 백서'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관세가 8% 정도인데 환율변동성이 관세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면서 "FTA 이후 한국에서 차를 파는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경제적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수입차 가격과 포지셔닝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사례를 보면 한-EU FTA 이후 국내 고객들이 주목할 점은 오히려 자동차 부품 가격과 정비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올해는 8% 현행 관세율에서 2.4% 포인트만 내리는 자동차와 달리 자동차 부품은 7월1일부터 관세가 모두 사라져 외형상 3~4%의 가격 인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차들의 정비 서비스는 현대차(005380) 등 국내 업체들보다 한참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FTA로 부품 관세가 완전 철폐됐으니 더 값싸고 편리한 정비서비스를 제공할 여지가 생겼다. 유럽차 중 누가 국내 고객들에게 최상의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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