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은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인피티니 미러 속의 앵무새는 아무 생각없이 소문을 옮기는 사람을 상징한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혐오’가 만연한 세상이다. 혐오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고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그 자체가 혐오의 시작이다. 성별이나 종교, 하물며 형편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금도 혐오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한류 그룹 방탄소년단(BTS). 그 멤버인 지민은 최근 제주 서귀포의 ‘포도뮤지엄’을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혐오’의 실체를 보고 꽤 충격을 받았다. 과연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곳에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류를 서로 적대시켜 분란을 일으키는 혐오와 혐오 표현 현상을 예술가의 시각을 통해 경험하고, 공감의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획한 시뮬레이션 전시회다. 이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가깝지만, 먼 이웃’인 한·중·일 3개국에서 모인 8인의 작가들이다.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은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관 입구. “그 얘기, 들었어?”라는 강렬한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쪽 벽면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그 벽 안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똑같이 따라하는 앵무새가 있다. 벽에 난 구멍에는 소문이 가득하다. 개인과 개인이 나눴던 뒷말들, 매스컴에서 숱하게 퍼뜨려 온 불완전한 사실들, 역사적으로 거짓으로 판명 난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편견들이다.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은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 옆으로는 세계 근현대의 비극들이 영상으로 어지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성별·계급·나이 등 사실상 우리 일상 곳곳에 퍼져있는 혐오 행위들이다. 근거 없는 소문의 씨앗이 맺은 고통이다. 이는 곧 혐오가 우리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소문의 벽을 지나면 혐오의 정체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온몸을 온갖 혐오로 채웠거나, 전쟁과 학살, 탄압 등 혐오의 파편으로 인한 역사적인 순간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제주 서귀포 포도뮤지엄에서는 ‘혐오’를 키워드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2층에 전시중인 세계적인 작가 케테 콜비츠의 ‘어머니와 두 아이’ 작품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혐오가 뿌린 씨앗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인 ‘케테 콜비츠’는 노동자 계급의 고통과 고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그가 온몸으로 겪어낸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전시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