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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GIO는 지난 1일 네이버 사내 인트라넷 댓글을 통해 노조의 대화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GIO는 “내가 오는 12일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으니 그 이후로 (만남) 날짜를 빠르게 잡아보자”고 밝혔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IT기업의 창업자로서 평소 공개적 행보를 꺼리는 이 GIO가 노조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랍다는 반응이 IT업계 중심으로 나온다. 이 GIO가 2017년 3월 네이버 창업 후 수행했던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 지난해 3월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국내 경영과 거리를 둬왔던 점을 고려하면 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GIO는 대화 요청 수용을 넘어 “토론회도 건강하게, 투명하게, 네이버답게 생중계로 해보자”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노조 역시 그동안 단체교섭 생중계를 요구해왔던 만큼, 이번 토론은 네이버 사내에 생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협정근로자 두고 네이버 노사, 8개월 극한 대치
이 GIO로선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있는 ‘협정근로자 지정안’을 두고 노조와의 공개적 논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협정근로자는 노사 합의를 통해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정한 근로자를 말한다.
네이버 노사는 지난 8개월 동안 ‘협정근로자 지정안’으로 유발된 극한 대치를 이어오고 있다. 사측의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로 합법적 쟁의권을 얻은 노조는 90% 이상의 압도적 찬성률로 쟁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수 차례의 피켓시위와 쟁의를 통해 ‘파업 가능성’ 등을 통해 사측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사측은 그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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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다른 IT업체 단체협약엔 네이버 사측이 요구하는 수준의 ‘협정근로자 지정안’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사측으로선 부담스럽다. 네이버의 맞수인 카카오의 경우 단체협약에 협정근로자 지정안을 두지 않는 대신 ‘쟁의행위 중이라도 회사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서 장애가 발생할 경우 비상업무에 협조한다’고 합의했다.
네이버 노조는 6개월 만에 재개된 지난달 24일 단체교섭에서 사측에 이 같은 카카오 합의안 수준의 협정근로자 관련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이버 인사담당자가 지난달 31일 사내 게시판에 익명으로 노조의 양보안에 대해 “사회적 책임감을 다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노조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갈등은 격화됐다.
네이버의 창업자 이 GIO로서 더이상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는 “이런(노사) 문제에 내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건 조심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어떤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피켓으로 나보고 나오라고 하는 걸 봤을 때는 참 당혹스러웠다”며 “(직원들이) ‘선배님’이라 불러주니 기쁘게 용기 내서 대화할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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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이버 직원은 “말그대로 ‘총수’가 나서는 것이니만큼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을 많은 동료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GIO의 입장이 나온 이후 열린 지난 5일 노사 교섭에서 양측은 이전과 달리 협의에 일부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교섭이 ‘협정근로자 지정안’에 대한 이견으로 단시간 내에 끝났던 것과 달리 5일 교섭은 노사 간 진전이 이뤄지며 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만, 노사 양측 모두 “구체적 협의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