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에코백이 도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어요, 열 개도 넘는 것 같은데 그 중 한두 개만 사용하니 이게 과연 환경을 생각하는 건지 찜찜하네요”
대학생 구슬기(가명·24·여) 씨는 “요즘 에코백이 범람하는 수준으로 많은 것 같다”며 “환경을 생각해 종이나 비닐봉지보다는 에코백을 사용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오히려 불필요하게 너무 낭비되는 기분이 든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물 가죽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취지에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가방을 통칭하는 에코백은 최근 천으로 만들어진 모든 가방을 가리키는 말로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화로 인해 친환경이라는 에코백의 원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에코백 낭비가 심해서, 어떤 사람은 친환경 소재인지 믿지 못해서 등 이유는 다르지만 스냅타임이 만난 이들은 현 상황에서 에코백이 진짜 Ecobag(친환경가방)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증정품으로 에코백을 주는 기업·단체 줄이어
대학교에서 학회와 동아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김해솔(가명·22) 씨는 “여러 단체의 행사를 갈 때마다 기념품으로 받거나 구매한 에코백이 집에 많이 있다”며 “사실 낭비라는 생각도 가끔 든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무래도 에코백이 다른 물건들에 비해 원가가 낮기 때문에 쉽게 프린트해서 제작할 수 있고, 실용성도 있다고 생각해서 요즘 많은 단체들이 기념품으로 선호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사례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 사이트에서는 기업에서 사은품으로 에코백을 증정하는 행사를 서로 소개하고 있었다. 보통 특정 물건이나 커피, 티켓 등을 구매하면 에코백을 추가로 증정하는 형태였다.
직장인 함소원(가명·31·여) 씨는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증정품을 받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에 이런 행사가 있으면 다 받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꼭 에코백이 필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며“에코백은 광고하는 기업 마크가 적혀있지 않은, 디자인이 더 예쁜 것들도 집에 많다”라고 말했다.
합성원단 사용, 낭비로 본래 취지를 잃었다
익명의 한 패션 디자이너는 “천으로 만든 한쪽 팔에 걸치는 모든 가방을 에코백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생겼다”며 “그러다보니 친환경 소재나 본래 취지와는 관계없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비슷한 가방들이 모두 에코백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명품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비닐백들도 한국에서 에코백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에코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생 김소은(가명·23·여) 씨는 “에코백이 방수가 안돼서 쉽게 지저분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위에 보면 워낙 에코백 가격이 저렴하고 증정도 많이 하다 보니 세탁해서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에코백을 다시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에코백의 원래 취지에 맞게 낭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가볍고 저렴하기에 전 세대에 걸쳐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한 에코백의 본질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에코백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