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무선서비스 매출을 계산할 때 맘대로 뭔가를 추가하기도 하고 빼기도 해서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는 ARPU를 발표할 때 적용한 회계기준을 함께 발표하는 외국 통신사들과 다르다.
ARPU는 주식시장에서 통신사의 성장지표를 나타내는 데이터인 동시에, 가계통신비 정책에도 기본 자료가 되는데 데이터 자체가 엉망인 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통3사의 ARPU만 해도 KT가 1등이라고 자랑했지만, 경쟁사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KT는 경쟁사들과 달리 단말기 분실·파손 보험료를 매출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KT가 멤버십과 연계한 데이터 쿠폰을 매출로 계상하면서 ARPU를 왜곡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는 멤버십 비용을 지출한 것인데 이를 매출로 잡아 ARPU를 올렸다는 얘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단말 보험을 매출로 잡고 실제로는 멤버십 비용 지출인데 이를 매출로 계상한 데이터 쿠폰 매출 등을 고려하면 KT의 2분기 ARPU는 떨어질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ARPU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모바일 매출을 가입자 나눈 것인데 차이가 많이 난다면 신뢰성에서 의심이 갈 수 있다”며 “SK텔레콤은 SK플래닛 매출과 연결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KT는 별 차이가 없어야 하는데 실제론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KT, 일부 수긍…더 문제는 SKT
KT는 단말기 보험료를 ARPU에 포함한 것은 맞지만, 금액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데이터 쿠폰외에도 월 8000원하는 미디어팩 매출 역시 8월부터 ARPU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T는 SK텔레콤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통3사가 공시한 2분기 무선 서비스 수익에서 각사 가입자 수(알뜰폰 제외)를 나눠 보면 SK텔레콤의 ARPU 추정치는 3만4454원에 불과한데, SK텔레콤의 공시 ARPU는 3만6205원이어서 2000원 가까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SKT, 플래닛 매출 일부 포함 인정…정부가 나서야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시 ARPU 계산에서) 플래닛 분사 전에 이동전화 매출 카테고리에 들어 있던 위치정보료, 앱수수료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증권가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도 이통3사간 통일된 ARPU 산정기준을 만들거나 적어도 외국 통신사들처럼 ARPU 산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KT나 SK텔레콤뿐 아니라 수년 전 LG유플러스도 구글 수수료를 비용이 아닌 매출로 잡았다가 중단된 뒤 ARPU가 급감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면서 “외국도 통신사별로 ARPU 산정기준이 다르지만 NTT도코모나 버라이즌은 우리나라 통신사들과 달리 ARPU 계산에 사용된 회계기준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그는 “ARPU 산정에 쓰이는 무선 가입자도 웨어러블 가입자는 얼마이고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는 얼마인지 나눠서 발표해야 한다”며 “정부가 통일된 지침을 주든지, 각사별로 ARPU 공개 시 기준을 함께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들을 잘 알고 있다. 공통 지침 설정이나 기준 공개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