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주식인수와 합병을 모두 금지하는 의견을 낸 만큼 미래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주무부처로서 자존심을 최대한 세울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부가 자존심을 얼마나 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통합적인 미디어 정책이 없다는 게 이번 사건으로 증명된 만큼, 미래부는 서류 반려냐 자진철회냐 같은 소소한 문제를 고민하기보다는 유료방송 정책 부처로서 앞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미디어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은 공정위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인수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 금지 결정 이후 기자들에게 “미래부가 절차를 더 진행할 실익이 없다고 이미 밝혔고 법적으로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검토하고 있다”면서 “반려를 할지, 사업자에게 자진철회를 요청할지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심사는 실익이 적어 중단한 상태이지만 어떻게 처리할지,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테면 미래부가 공식적으로 심사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고 불허라고 선언하고 끝낼 것인가 아니면 다른 형식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사는 중단된 상황이나 미래부가 공식적으로 이 인수합병에 대해 어떤 결정을 했다는 건 다음 주 정도 돼야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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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래부 안팎에선 미래부가 심사위원들을 모으려 해도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심사 진행안’은 실익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스스로 사업자가 신청한 M&A 서류를 반려하거나, 사업자들을 압박해 자진 철회하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내부 분위기는 미디어와 통신 분야의 전문 규제·정책기구로서 공정위 판단에 귀속되는 것에 우려가 적지 않아 사업자들에게 자진철회를 권유하는 모양새나, 이 사건으로 드러난 행정행위의 책임소재를 명확히하고 비슷한 사례 발생 시 참고하려면 미래부 스스로 서류 반려신청을 하는 게 옳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부로선 공정위의 합병불허 결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된 측면이 있지만, 일부 부처(미래부)의 자존심이 아니라 수십 년간 논쟁이 돼 온 경쟁법과 전문 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법), 경쟁당국과 전문 규제기구간 갈등이 이번에도 드러난 만큼 새 정부 들어 정부조직을 개편할 때 사업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새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M&A 판단에 있어 방통위나 미래부가 주무부처임에도 아무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부처들을 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후규제기관인 공정위가 전담부처(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산업정책 방향과 어긋날 뿐아니라 (조건부 승인이라는) 사전규제 기능 자체를 없앨 정도로 단호한 결정을 했다”고 평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미래부의 자진철회 요청에 응답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하지 않기로 한 이상 서류 반려나 자진철회나 다르지 않다”며 “CJ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그룹과 협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분위기가 무르익은 점과, 이재현 CJ 회장의 광복절 특사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한편 이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를 중심으로 ‘케이블TV 위기 극복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발족해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배석규 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을 비대위 위원장으로 해서 최종삼 케이블TV방송(SO)협의회장과 각 SO 대표, 김동수 디지털케이블연구원(KLabs) 원장(전 정보통신부 차관), 황부군 케이블VOD 대표(전 방송위원회 국장) 등이 참여하고 김정수 협회 사무총장이 간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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