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에게 '일기'였던 적 있는가…중첩하는 붓질

△유중아트센터서 개인전 여는 작가 김예찬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삶의 의미들 묘사
수묵·채색 전통적 동양화 기법 기본기로
'이름 모를 풀' 변화 등 일기처럼 기록해
  • 등록 2022-03-11 오전 3:30:00

    수정 2022-03-11 오전 3:30:00

김예찬 ‘다섯 개의 존재’(2021), 장지에 채색, 100×100㎝(사진=유중아트센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오버랩된 풍경. 시간에 따라 피고 지는 나무와 풀의 생성과 소멸을 의미하는 건지, 첩첩이 레이어로 가름한 듯한 색감이 먼저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이들은 제각각 다른 생명인가 보다. ‘다섯 개의 존재’(2021)란 타이틀이 달린 것을 보니 말이다.

작가 김예찬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삶의 의미를 끄집어내 묘사한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길가에 무심하게 가지를 뻗고 잎을 낸 나무, 그 위에서 무념무상에 빠진 작은 새, 또 산책하는 강아지까지.

그 가운데 이름 모를 풀이 특히 작가를 끌어당기나 보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화를 겪는 그들의 모습을 마치 ‘일기’처럼 기록해내는데. 수묵과 채색 등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의 기본기로 낮과 밤의 이미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교차하거나 중첩하는 붓질로 펼치고 좁히는 그들만의 공간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거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 생활로 피폐해진, 생산적 활동이 줄면서 안게 된 불안과 강박 증세를 해소하기 위한” 작가만의 시도란다.

서울 서초구 방배로178 유중아트센터서 여는 ‘김예찬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2021년 ‘유중신진작가공모전’에서 수상한 작가들의 릴레이전시 중 하나다. 작가는 우수상을 받았다. 전시는 13일까지.

김예찬 ‘꽃 b-1’(2021), 장지에 채색, 34.8×27.3㎝(사진=유중아트센터)
김예찬 ‘정원(로댕미술관)’(2020), 장지에 채색, 130×320㎝(사진=유중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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