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데버 콘텐트 인수는 두 가지 효과가 있죠. 당연히 그쪽 콘텐츠를 티빙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고요, 대외인지도 상승이랄까 그것도 기대합니다.”
CJ그룹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티빙의 양지을(52) 공동 대표는 최근 발표된 CJ ENM의 美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 인수에 대해 글로벌로 가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고 했다. 엔데버 콘텐트는 6개의 아카데미상을 휩쓴 로맨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모회사 CJ ENM이 지분 약 80%를 7억 7500만 달러(한화 약 9200억원)에 인수한다. 양 대표는 “당장은 아니어도 티빙 오리지널이 엔데버에서 나올 수 있다”면서 “티빙의 미국 진출 시기도 빨리 올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해 티빙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CJ그룹이 유료방송 플랫폼인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한 뒤 OTT(티빙)중심으로 플랫폼 전략을 바꾸면서 벌어진 일이다. 삼성영상사업단, SK텔레콤 자회사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된 와이더댄닷컴 출신인 그는 세계 시장 경험이 풍부하다.
양지을 대표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이야기할 때 소개만 하는 데 1시간 걸렸는데, 엔데버 이야기를 하면 인식이 좋아질 것 같다”면서 “엔데버 콘텐트와 (물적분할 공시로 출범할) CJ ENM의 멀티장르 스튜디오, 스튜디오 드래곤 등 (CJ그룹내)멀티 스튜디오 체계가 갖춰지면 영역별로 전문화되는 효과가 있다. 제작범위도 커져 (콘텐츠 경쟁력에서)압도적인 업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티빙에선 CJ 콘텐츠만 보여준다는 의미일까? 그는 “(2대 주주인)JTBC와도 협업하고 제3의 외주사와도 오리지널 협업을 하겠다”고 했다.
800만 걱정 없다…“굉장히 자주보는 친구같은 티빙 만들 것”
양 대표가 콘텐츠 제휴에 선을 긋지 않는 것은 티빙이 추구하는 색깔이 ‘자주 보는 친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2023년 국내에서만 8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재는 300만 명도 안 된다. 티빙은 2030 여성들에게 특화된 플랫폼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는 “연초에 가입자를 3배 늘리겠다고 했을 때 별로 믿은 사람이 없었을텐 데 3배를 넘겼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1969년생인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오리지널이 <술꾼 도시여자들>이다. 소주는 많이 못 마시지만 술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웃겨서 최애다. 첫 오리지널 작품이었던 <여고추리반>이나, 평범한 고등학생이 파이터가 되는 과정을 그린 <샤크: 더 비기닝>도 재밌다”면서 “티빙에 2030세대 여성 고객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샤크는 역으로 남성 고객이 60%였고 2030이 반 밖에 안됐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콘텐츠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내년 라인업은 전 세대가 즐기는 콘텐츠와 장르물이 많다. 고르게 가져가려 한다”고 부연했다.
티빙은 2023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는 “제 자신감에 따라 투자액은 늘 수도 줄 수도 있다”면서 “2023년 국내에서만 800만 가입자를 유치하려면 전체 가구의 40%가 티빙을 봐야 한다. 성인은 물론 패밀리 엔터테인먼트라는 콘셉트로 훨씬 더 많이 제작할 것이다. 장르물, 한국형 SF, 코미디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바라는 것 중 하나는 국회에 계류된 OTT 진흥법의 국회 통과다. 콘텐츠 투자 시 세액을 공제해 주고, 방송처럼 OTT에도 자율등급제를 도입하는 근거가 된다.
그는 “안 도와주셔도 사업자로서 콘텐츠 투자를 잘 해야 한다”면서도 “올해 매출만큼 적자가 났다. 저희 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다. 국내 대기업이 뭐라고 (세액공제냐) 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 경쟁 상대는 엄청난 외국 OTT다. 동기부여 차원에서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 자율등급제는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텐데, 현재 OTT에선 등급을 받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불규칙하고. 시사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빨리 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왕왕 생기고 고객과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도 있다”고 현실을 말했다.
|
“라인 망가 IP, 페이먼트 결합해 일본·태국 시장 공략”
티빙이 내년에 집중할 부분은 일본과 태국 등 글로벌 SNS 라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국가에 ‘티빙’으로 진출하는 일이다. 앞서 네이버와 CJ는 6000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 맞교환을 한 바 있다.
양지을 대표는 “라인 망가 사업이 있는데 망가 IP로 사업할 수도 있고, 라인은 라인대로 티빙 콘텐츠를 라인 SNS에 올리거나 모바일 페이먼트를 쓰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조용히 준비했다. 내년 하반기쯤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티빙은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전용 버튼 탑재도 추진 중이다. 양 대표는 “아마 곧 발표할 것”이라면서 “일단 국내에서만 하는데, 외국에 티빙이 진출하면 수출 제품에서도 같이 하려한다”고 설명했다.
|
|
|
“넷플릭스도 디즈니+도 OTT 시장 키우는 동지”
최근 <오징어 게임>, <지옥> 등 독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넷플릭스 때문에 디즈니+의 일사용자수(DAU)가 쪼그라든 것과 관련해선 “넷플릭스도 디즈니+도 OTT 시장을 키우는 동지”라고 평가했다.
양 대표는 “지옥을 보려고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면 OTT 바람이 불 것”이라면서 “생전 OTT를 안 보던 분들이 OTT로 와야 티빙도 볼 수 있다. 토종이냐, 외국계냐 나누지 않고 동지라고 생각한다. 고객도 미국 OTT라고 생각하지 않고 재밌는 것을 찾는다. 뜻이 많으면 누구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 해외 진출할 때 파트너사 모두는 외국기업들이다. 티빙을 빛나게 해줄 곳이 외국회사라면 제휴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CEO가 된 지 2년 가까이 되는 지금, CJ에 기대했던 모습과 달라진 게 있을까. 그는 “사실 미국에 가기 전 CJ그룹에서 오퍼(입사제의)를 받은 적 있다”면서 “놀란 부분은 티빙을 분사하면서 콘텐츠와 다른 플랫폼 사업의 중요성, 특히 개발 부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개발 부서를 잘 키워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그걸 안 했던 회사가. 그게 놀랍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즈니는 콘텐츠 회사여서 플랫폼 사업을 하는데 처음에는 애로사항이 컸다고 한다. CJ는 디즈니보다 더 진지한 것 같다. 많이 힘을 실어주는 편이다. 물론 콘텐츠에 대한 투자 의지는 대단하다”라고 부연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1969년, 서울생 △고려대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2016년 8월~2018년 8월 저전력 광역 통신망 서비스 업체 액틸리티 부사장 △2018년 10월~2020년 4월 AI 기반 교육서비스 업체 로제타스톤 부사장 △2020년 10월~현재 티빙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