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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TBS라디오 대표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퇴출 여부다. 지난 4·7 지방선거를 비롯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라디오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친문 진영을 옹호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개 석상에서 이를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예산이라는 칼을 서울시가 쥐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2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TBS미디어재단에 대해 시가 인사권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데다 반대진영의 반발 등 정치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또 방송법상으로도 프로그램 편성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예산 삭감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달 1일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원으로 편성한 2022년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이 예산안에는 TBS 출연금 삭감 등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대한 예산 조정안도 담겨 있다. 시의회는 예산을 논의해 연말께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당초 TBS는 서울시에 내년도 출연금을 올해(375억원) 보다 소폭 인상된 금액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00억원 이상 감액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올해 시 출연금은 TBS 전체예산(513억원)의 70%에 이르는 만큼 이 비율을 50% 수준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지원금 삭감은 사전에 예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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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나 시의회 관계자들은 TBS가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경영합리화를 통해 재정자립을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TBS TV와 TBS FM, 영어전문 FM라디오 efm 등 3개 채널을 운영하는 TBS가 가장 실적과 고정팬 층이 많은 TBS라디오에서 상업광고를 전혀 못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또 방송발전기금의 경우도 EBS는 매년 300억원을 지원받지만, TBS는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TBS의 프로그램 중 김어준 뉴스공장만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는데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화하려는 자구노력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TV프로그램 번호도 앞쪽 번호대로 끌어오고, 방통위 허가를 받아 상업광고가 가능하도록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TBS에 대한 출연금 삭감 조치를 단행하지만 서울시의회 예산 심사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의원 110명 중 99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시의회 관계자는 “오 시장과 시의회 관계가 좋지 않은데다 내부에서 오 시장의 신규 사업에 대한 불만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TBS예산 삭감이 통과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