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 ICT와 법률가의 역할과 소양

  • 등록 2013-04-21 오전 6:26:18

    수정 2013-04-21 오전 6:26:18

[이상직 변호사/법무법인(유한)태평양 IT 팀장] 필자는 ICT 분야에 종사하는 변호사다. 한바탕 꿈이런가. KT(030200)에서 3년 7개월간 법무담당자로 근무하고 로펌으로 돌아왔다. 방송
이상직 변호사
통신위원회의 전신인 정보통신부에 있었던 2년과 로펌 10년을 더한다면 ICT 분야에서 만 16년을 살아온 셈이다. 귀한 지면을 빌어 ICT변호사가 고민하는 진정한 법률가의 역할과 소양이 뭔지 생각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첫째, ICT변호사는 ICT산업 발전 및 소비자 편익에 기여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헌법 제119조 제1항, 제127조 제1항은 기업의 창의, 과학기술 혁신 등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노력해야 할 책무를 국가적 과제로 부여하고 있다. 변호사법에서 변호사 시험을 어렵게 하고 윤리까지 요구하는 것은 공익을 기반으로 수익을 추구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ICT분야에 종사하는 변호사는 산업발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셈이다.

2009년 이후 스마트폰은 휴대폰 기기 및 애플리케이션 산업을 고도로 업그레이드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생활방식과 문화까지 바꿔 놓았다. 스마트폰의 효시인 아이폰의 도입과정은 하나의 드라마였다. 아이폰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위치정보법,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게임법 등에 위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국부 유출이라고까지 했다. 아이폰의 도입이 ICT산업에 기여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ICT변호사들은 실무자들과 잠을 아껴가며 대응 법리를 개발했고, 이해관계자들을 찾아 설득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놀라운 결과를 보고 있지 않은가. 아이폰에 놀란 우리 기업이 부랴부랴 스마트폰 제조에 나서더니 세계 1위가 되었고, 고객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클릭 몇 번이면 증권거래, 뱅킹, 가상재화 거래를 즐기는 세상이 됐다.

아쉬운 점도 있다. 위성방송을 보려면 접시안테나를 달아야 하는데, 눈비 오면 방송이 끊기고, 접시안테나가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었다. 이것을 없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자는 것이 DCS(Digital Convergence Solution)다.

ICT변호사들은 전파법, 방송법을 뒤져 적법하다는 확신을 얻고 DCS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리를 만들어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반대는 거셌고, 지나친 규제로 도입하지 못했다. 정부는 법을 고쳐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고 고객들은 지쳤다. 고객은 좋은 서비스를 만날 권리가 있고, 기업은 이를 제공할 책무가 있는데도 각종 규제로 꽉 막힌 현실이 안타깝다. 오랜 바램들을 모아 산업을 키우고 규제를 없애고자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었으니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둘째, ICT변호사는 ICT산업 및 시장에 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통신시장의 요금, 상호접속, 금지행위, 방송시장의 소유제한, 지상파재송신, 그 외에 정보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하여 그 법제도적 체계와 기술, 시장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보침해사고의 경우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다하였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는 해커의 침입방법, 수단과 경로 등 기술적인 제반사항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신기술 추세 등 산업의 발전방향과 글로벌 ICT 환경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한다. 전문성을 확보해야만 기업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만들 수 있다.

셋째, ICT변호사는 ICT분야에서 폭넓은 대인관계를 통해 최신의 정보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ICT산업과 시장은 활화산이 용암을 쏟아내듯 급변하기 때문에 인쇄된 지식이나 온라인에 발표된 정보는 이미 낡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ICT 변호사라면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함을 넘어 해결함을 목표로 한다. 문제를 분석하고 고민하는 역할은 전 단계에 불과하다.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법리를 개발하고 호소력이 있는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전력을 다해야 한다.

결국, ICT 변호사의 역할은 법률, 경제경영, 기술 등 전문 인력의 협업을 바탕으로 네트워크(Network),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 디바이스(Device) 등 국내외 ICT기업이 직면한 법률적 위험을 찾아내고 신속하게 해결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해당 기업 및 ICT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ICT발전이 일자리 창출, 국민복지 실현, 산업고도화 등 국가적 미래를 선도하는 내일로 이어지고, 많은 ICT 변호사들이 그 짐을 나눠서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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