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평가잣대는 - WSJ

  • 등록 2000-04-13 오전 9:14:00

    수정 2000-04-13 오전 9:14:00

아마도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술주 주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작년부터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논의를 해왔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스코 시스템스 주가 추이를 계속 추적한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조지 켈리를 통해 개략적인 평가기준을 제시했다. 그의 평가기준은 놀랍게도 주당순이익(P/E)과 투자자들의 지불의사로 요약된다. 시스코의 주가를 가장 잘 맞췄다는 켈리에게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도 “바람이 어디로 부는 지를 알기 위해 허공에 손가락을 대는 정도”라고 실토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과거에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일은 한 기업의 가격이 어느 선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자들이 지시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신생 기업을 전통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까지 페그 비율(peg ratio)이 있었다. 만약 주당순이익(P/E) 배수와 수익 성장률이 같을 때 페그 비율이 1이 된 것으로 보고, 그러면 성장주가 충분히 평가됐다고 간주했었다. 그러나 시스코의 페그 비율은 4.5나 된다. 이익(earning)이 나지 않는 회사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수입(revenue)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에 시스코는 다음해 수입의 6배 정도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금은 약 25배나 된다. (이것도 맞지 않게 됐다) 시스코의 P/E는 1998년에 12개월간 수익(trailing earnings)의 40배 였다. 지금은 회계연도가 끝나는 2000년 7월을 기준으로 하면 수익의 135배가 되고, 12개월간 수익에 대해서는 189배나 된다. (P/E가 기준이 될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고주가 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꽤 있다.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과 비슷한 정도의 시장영향력을 가진 모건 스탠리의 권위있는 투자전략가인 바톤 빅스는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수익의 150배나 되는 주가를 가진 기업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와튼스쿨의 금융교수인 제레미 시겔은 “내 연구에 의하면 P/E가 100을 넘는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대기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에 폴라로이드는 거의 95까지 간 적이 있다”며 “그때 그 주식을 샀다면 끔찍한 투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켈리는 다른 입장이다. 만약 1990년부터 켈리의 시스코에 대한 ‘적극 매수(strong buy)’ 추천을 따르기만 했다면 아마도 1119배의 투자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추천은 조만간 바뀔 것 같은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 기괴한 것은 그가 큰 기술주 주가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예전 도구를 꺼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투자자들과 평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켈리는 “P/E가 100이 넘는 주식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이란 투자자들이 그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말하는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추천했던 것을 살펴보자. 1999년 11월19일-시스코 주가가 2주간 35%나 올라 44달러를 기록했을 때였다. 켈리는 ‘적극 매수’를 추천하고 1년간 목표가격을 46.50달러로 높였다. 그 전에는 37.50달러로 말했었다. 그는 투자자들이 2001 회계연도에는 수익의 60배를 지불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성장률의 2~2.5배 정도다. 1999년 12월2일-3주도 안돼서 목표가격을 달성했을 때였다. 그는 목표가격을 57.50달러로 높인 뒤, 투자자들이 수익의 80배를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2월14일-켈리는 75달러로 목표가격을 높였다. 2000회계연도에 알맞은 P/E는 111이거나 2001회계연도에는 100이라고 말했다. 물론 ‘적극 매수’를 유지했다. 투자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보다 지불할 가격에 주목하는 것은 개 꼬리가 개를 흔드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페인웨버의 투자전략가인 에드 커쉬너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는 “P/E배수가 성장률과 같아야 한다는 식의 기존의 잣대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시스코에 대한 합당한 P/E는? 커쉬너는 “28% 성장률에서 시스코는 150~175배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시스코는 저렴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누구나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시겔은 “신생기업의 주가에 많은 배수를 지불하는 것이 시스코와 같은 견고한 누적 수익 기록을 갖고 있는 고주가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말한다. 그는 “신생기업은 최소한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는 오히려 신생 인터넷 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어찌됐든 켈리와 같은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투자자들이 계속 시스코의 주가를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해 단서를 잡으려 할 것이다. 지난 몇 주간 주가가 요동치는 동안 켈리는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뒤 시스코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격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1년 목표가격은 2001년 수익의 배수와 투자자들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지의 함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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