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중국 벤처캐피탈(VC) 업계에 외국인 자본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앞다투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VC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때 중국은 국내는 물론 외국계 VC들의 격전지로 떠올랐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너도나도 발을 빼는 분위기다.
1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 자본과 중국의 스타트업 간 오가는 투자금이 급감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VC 업계 외국인 자본은 지난해 37억달러(한화 약 5조원)로, 전년 대비 60% 가까이 급감했다. 한 때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큰 수익을 거뒀던 미국 투자자들이 몇 년 사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했다.
|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 도심의 금융 중심지인 푸둥지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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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글로벌 VC들의 발길이 끊기게 된 건 ‘디디추싱’ 사건의 여파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미국 나스닥 상장을 강행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에 대한 보복성 규제를 강화했고, 디디추싱은 상장 폐지 후 사이버보안법 위반으로 80억2600만위안(한화 약 1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로 인한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 VC들은 중국 외에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
국내 VC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때 국내 VC들은 투자 혹한기를 이겨내기 위해 해외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중국 진출에도 속도를 내왔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지난 2006년도에 국내 VC 중 최초로 중국에서 직접 투자하는 상하이 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미국과 중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중국에서 △샤오펑 △포커스미디어 △마인드레이 △호라이즌 로보틱스 △베리실리콘 등에 투자하며 성과를 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중국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던 하우스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상하이·베이징·광저우·칭따오 등에서 현지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글로벌 투자 성과를 냈다. LB인베스트먼트도 일찌감치 지난 2007년 상하이 사무소를 개소하며 중국 투자에 앞서 온 VC다. 중국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국내 VC들은 대부분 2000년대 초부터 투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VC 업계의 동향이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 등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VC들도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우리벤처투자와 한국투자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등은 중국 투자비중을 줄이거나 법인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인 VC들은 싱가포르 등지에 사무소를 개소하고 동남아시아의 이커머스, 헬스케어, 웹3 등 분야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지만 최근 동향을 고려할 때 투자 환경이 더 우호적인 곳으로 투자심리가 옮겨간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동남아 지역에서도 아직까지 큰 성과가 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