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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데일리 이정훈 사회부장·정리=송승현 기자] “쉽게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대표로 나올 생각조차 안 했을 겁니다. 변호사 업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달라는 의미에서 저를 대표 변호사로 뽑아준 것 같습니다.”
박철(60·사법연수원 14기) 법무법인 바른 경영총괄 대표변호사는 27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데 매진할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법률시장 자체는 정체 상태에 들어갔지만, 변호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한 뒤,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선거를 통해 올해 초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는 박 대표를 만나 바른의 비전과 미래 청사진을 들었다.
전통적 강점 송무 분야서 자문 분야 강화에 ‘방점’
바른의 전통적인 강점은 송무 분야에 있다. 송무 경쟁력의 바탕은 실무 경험이 많은 전관(前官)이다. 바른은 1998년 강훈(65·14기), 김재호(57·16기), 홍지욱(57·16기) 등 판사 출신 세 명이 모여 설립했다. 이후 최종영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일환 전 대법관 등을 영입해 몸집을 키웠다. 현재도 파트너 변호사의 절반 가량은 전관 출신이다. 바른의 가파른 성장에 송무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해 온 것은 로펌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법률시장이 정체 상태에 돌입한 만큼 송무분야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박 대표가 주목하는 분야는 중견기업 법률자문 영역. 그는 “한국 경제가 점점 양극화 돼 가고 있어 대기업 성장은 계속되는 반면 중소기업은 어려워지고 있다. 그 중간에 끼여있는 중견그룹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뒤 “중견기업을 위해 조금 더 저렴하고,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되 대기업 못지 않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파견 변호사 제도 적극 활용…해외 개척과 중견기업 공략
국내 법률시장 정체는 로펌들이 자연스레 해외 법률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소다. 대형 로펌들은 중국·베트남 등 현지 사무소를 개설해 파트너 변호사를 파견한 뒤 법률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른은 여타 로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외 법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해외에 직접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현지 로펌과 파트너십을 맺은 뒤 그곳으로 파트너 변호사를 파견해 현지 로펌에서 사건을 수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에 가 있는 파트너 변호사가 4년 넘게 근무 중인데 현지에서 올리는 매출이 상당해 현지 사무소를 두는 것보다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외에도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에서 같은 방식으로 4~5년 간 변호사 파견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 변호사 영입에 꾸준히 뛰어들 것”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전문 변호사 영입에 대한 의지도 적극 내비쳤다.
최근 바른은 노무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김앤장 등 대형 로펌에서 다년간 노동 관련 자문을 해온 정상태 변호사(43·35기)를 영입했다. 법복을 벗은 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법률 업무를 담당한 정연택 전 사법연수원 교수(48·30기)도 가세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팀 △블록체인 산업 지원팀 △스타트업 기업 지원팀을 잇달아 발족시키는 등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는 바른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식품의약팀을 신설, 의사 출신인 윤은희 변호사(50·변호사시험 6회)를 영입했다. 국내 변호사들 중 몇 안 되는 전문의 자격증 보유자인 윤 변호사는 실제 강북삼성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전문 변호사를 영입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전문분야가 있는 변호사라면 주저하지 않고 영입해 바른을 최고의 로펌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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