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과학으로 풀어본 얼음 위의 체스 ‘컬링’..메달도 기대감

  • 등록 2018-02-18 오전 1:03:04

    수정 2018-02-18 오전 1:28:2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7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 김선영(왼쪽), 김영미(가운데), 김경애(오른쪽)가 스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 스킵이 17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영국과 맞대결에서 소리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랭킹 16위인 한국 남자 컬링 대표팀과 세계 랭킹 8위 여자 컬링 대표팀이 종주국 영국을 잇따라 무너뜨리자 컬링 종목에서도 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창민 스킵(주장)을 필두로 한 남자 컬링은 17일 오후 컬링 남자 4인조 예선 5차전 영국과의 경기에서 11-5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4연패 후 첫 승이었다.

김은정 스킵이 이끄는 여자컬링 대표팀도 같은 날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컬링 예선 4차전에서 영국을 7-4로 꺾었다. 2개씩의 스톤을 던지며 영국을 제압했다.

올림픽 종목 중 가장 섬세한 운동

컬링(Curling)은 올림픽 종목 중 가장 섬세한 운동으로 꼽힌다. 구슬치기와 비슷하다.20㎏이나 되는 무거운 돌(스톤)을 빙판 위에 굴려 약 30.48m 정도 떨어진 목표지점(하우스) 중심에 최대한 가까이 가져다놓는 것으로 승부를 가린다.

상대편의 돌을 튕겨 내거나 진로를 막는 등 전략적으로 돌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얼음 위의 체스’로도 불린다. 16세기 경 스코틀랜드에서 스포츠로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컬링은 ‘컬링 시트’라는 직사각형 링크 안에서 경기를 치른다. 시트에는 ‘하우스(house)’라 부르는 4개의 원이 겹쳐진 표적이 그려져 있다.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각 팀마다 8개의 스톤을 상대팀과 번갈아가며 던져, 최대한 하우스 중앙에 가깝게 가져다놓는 팀이 이긴다.

경기 점수는 16개의 스톤을 모두 던지고 돌이 정지한 상태에서 계산된다. 하우스 중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톤을 던진 팀만 해당 엔드에서 득점을 할 수 있다.

이긴 팀은 상대팀 스톤보다 더 중앙 가까이에 놓인 스톤의 개수만큼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총 10엔드의 점수를 합해 최종 승자가 정해진다.

컬링은 4명의 선수들이 8개의 스톤을 던져 하우스 중앙에 가깝게 가져다 놓으면 승리하는 경기다. 사진=shutterstock.com
팀워크가 승부 가르는 ‘컬링’

컬링의 한 팀은 리드, 세컨드, 서드 , 스킵이라는 4부문의 포지션으로 구성된다.

스톤을 맡은 선수가 무릎을 세워 앉아 스톤을 민다. 스톤 앞에서 두 명의 선수는 빗자루 같은 것으로 얼음을 막 문지른다. 스톤을 원 쪽으로 밀어 보내는 것을 ‘투구(딜리버리, delivery)’라고 하고, 빗자루 같은 브룸으로 얼음을 닦는 빗질을 ‘스위핑(sweeping)’이라 한다.

제일 처음 리드가 스톤을 ‘투구’하면 세컨드와 서드는 브룸을 들고 ‘스위핑’해서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스킵은 주장 역할을 하는데, 스톤의 목표 위치를 정해 공격 또는 방어 전략을 짠다. 선수들은 한 엔드에서 각각 2개의 스톤을 던지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컬링에 참여하는 선수의 롤과 득점 방식. 사진=dongasnc
얼음을 닦는 빗질(스위핑)이 중요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컬링 경기가 얼음 위에서 치러진다지만, 스톤을 잘 굴리는 것 외에 스위핑으로 20kg이나 되는 스톤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사실 컬링 경기장의 얼음 위는 페블(pebble)이라는 얼음 입자들이 있어 매끈하지 않고 우둘투둘하다.

스톤은 빙판에 생긴 페블 위를 미끄러져 움직이는데, 이는 얼음 표면과 스톤의 접촉면을 작게 하고 얼음과의 마찰 저항을 줄여, 스톤을 잘 이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작은 얼음 알갱이는 스톤을 잘 구르게 하는 반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도 스톤을 움직이게 한다. 때문에 선수들은 스위핑(빗질)으로 스톤의 이동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수들이 스위핑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스톤의 이동 거리와 속도, 휘어짐이 결정된다. 순간적인 스위핑은 얼음의 표면 온도를 올려 페블을 녹게 한다.

얼음과 스톤 사이에 엷은 물의 막(수막현상)을 만들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톤이 이동하는 데 방해가 되는 빙판 위의 먼지나 서리 등을 제거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스위핑으로 스톤의 활주 거리는 3~5m 정도 연장된다고 한다.

선수들은 투구 시 스톤에 회전을 준다. 스톤은 얼음에 미끄러져 내려갈 때 선형 운동과 회전 운동을 한다. 이 때 2개의 외력에 영향을 받는데 약 20kg 정도인 스톤의 무게 수직 아래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과 그 반대 힘으로 얼음표면에서 위로 향하는 수직성분의 합과 스톤 진행 반대 방향의 운동 마찰력이 작용한다.

공기저항을 무시한 전제하에 스톤의 속도가 떨어지면, 회전하는 바깥 가장자리 마찰력이 중심보다 작아지면서 스톤이 처음의 선형운동 경로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스톤이 전진하면서 휘게((curl) 되는데, 이 때 선수들은 원하는 방향 쪽 얼음을 문질러 스톤의 운동 마찰력에 더 관여한다. 스위핑을 많이 할수록 스톤의 이동거리는 늘면서 덜 휘어질 수 있다.

스위핑에 사용되는 도구인 브룸의 털은 합성 섬유나 말총, 돼지털 등을 사용한다. 털의 재질에 따라 강하고 약한 스위핑을 할 수 있다. 브룸의 스틱 부분은 탄소섬유 등으로 제작해 강하면서도 가볍다.

단단하고 특별한 컬링 스톤

컬링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인 스톤은 무게 19.96kg를 넘지 않으며 직경 약 30cm에 손잡이가 달린 원반 형태의 돌이다.

스톤에 달린 핸들은 손잡이 역할 뿐 아니라 ‘아이 온 더 호그’(eye on the hog)라 불리는 전자장치가 달려있어 판정 시비가 잦은 호그 라인(hog line)에서 진동을 감지한다. 호그 라인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빨간 불이 들어온다.

스톤은 경기 도중 상대방의 스톤과 여러 번 부딪히기 때문에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든다. 사진=shutterstock.com
둥글고 넓적하게 생긴 스톤은 화강암으로 제작된다. 스톤은 수십 번씩 서로 부딪히는데 경기장에서는 ‘쿵’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부딪힌다. 자주 부딪혀도 멀쩡한 돌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단단한 화강암을 쓴다.

화강암은 수분 흡수율이 낮다. 그래서 차가운 얼음 위에서 스톤 표면이 얼거나 얼음 표면이 녹는 현상이 적게 일어나기 때문에 컬링 스톤 재질로 알맞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될 컬링 스톤은 좀 더 특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코틀랜드 무인도인 ‘에일서 크레이그(Ailsa Craig)’에서만 채굴할 수 있는 화강암으로 만든 것이다. 옅은 푸른색을 띠어 ‘블루혼(Blue Hone)’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화강암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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