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 전권회의는 각국 대표들이 모여 전 세계 ICT 정책의 규범을 논한다. 주파수 배분이나 표준화 같은 것은 ITU 산하기관에서 하지만, 사이버상의 보안 문제나 인터넷 규율에서 정부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화두를 다룬다. 어찌 보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4년마다 열리는 전권회의에서 결정된 사안들은 매해 ITU 이사회에서 진행상황을 점검하니 구속력이 만만찮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전권회의를 유치하게 돼 ICT 강국으로서 국격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1 회원국 1표 제’가 시행되는 만큼, 서방 국가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는 물론 아랍권이나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대표들도 대거 참석해 우리 기업의 ICT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데일리는 소치 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과 함께 올해 글로벌 3대 행사로 꼽히는 ITU 전권회의의 의장으로 활동 중인 민원기 미래부 국장을 만났다.
민원기 ITU 전권회의 의장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면서 움츠리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ITU전권회의를 통해 한국의 ICT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스스로 ICT 강국임을 축하하는 자리가 돼 중국과 인도 등을 제치고 재도약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거버넌스 부분은 올해 4월 브라질에서 인터넷 거버넌스 다자간 회의’가 열리는 등 전권회의에서는 관심 의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의장으로서 공정하고 충실하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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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가. 미래부 과천청사 2층에는 33명의 ITU 전권회의 기획단이 둥지를 틀고 있다.
“아침에 간단히 직원들과 불어공부를 한다. 전권회의에서는 사무총장, 표준화국 국장 등 선출직에 대한 투표도 있는데 이를 불어로 발표하기 때문이다.(웃음) 또 직원들과 지난 2010년 멕시코 전권회의 비디오 영상을 보면서 회의 진행 노하우를 배운다.”
-ITU 전권회의가 어떤 외교적 성과를 줄까.
“한국은 ICT 분야에서 시장에서 거둔 성과 비해 국제무대 정책 관련 분야에선 눈에 띄지 않았다. 이번에 표준총국장에 (이재섭 KAIST 연구위원이) 입후보를 했다. 당선되면 처음 ITU 고위직에 진출한다. 예전과 달리 국제사회의 의제를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과거에는 시장에선 잘했지만 국제무대에선 팔로워 역할 이었는데. 이제는 리더로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ICT와 산업간 융합, 사물인터넷(IoT), 정보보호기반 시설 등 3가지다. ICT가 의료와 교육 등에서 많이 융합되는데 ITU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 융합 이슈는 창조경제와 관련있다. 사물인터넷은 지금까지 아주 기술적인 것만 논의됐는데, 결국 시장을 바꾸고 다른 정책적·사회적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칠텐데 ITU가 정부의 방향을 잡는데 우리가 논의를 주도해보자는 의미다.”
“우리가 제안한 의제는 다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현재 아시아퍼시픽텔레커뮤니티(APT) 지역제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융합과 정보보호기반기설은 될 것 같다.”
-의제가 채택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제안이 채택되면 새로운 결의안이 나올 수도 있고, ‘이렇게 추진하자’는 선언전 의미에 그칠 수도 있다. 전권회의 논의에 따라 사무국은 관련 보고서나 워킹그룹을 만들어 후속조치 추진을 하는 결과를 회원국에 보고하게 돼 있다. 이사회는 매년 열리고, 매년 팔로업한다. ITU 전권회의는 ITU가 4년간 어떻게 일할지 결정하는 자리다. 제안은 새로운 것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것을 폐지하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2012년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에서는 인터넷 규제권한을 두고 민간 자율로 하자는 미국, 일본 등 서방 진영과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국, 러시아, 개도국이 전면으로 부딪혔는데, 올해 전권회의에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미국의 도청 논란 등으로 뜨거워질 것 같은데. (당시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중 WCIT에 터키와 함께 유일하게 서명했다.)
“4월에 브라질에서 (미국 등이 주도하는)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CAN)와 브라질 정부가 ‘인터넷 거버넌스 다자간 회의’를 개최한다. 거버넌스에 대해선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 WCIT에서 서명한 국가들은 인터넷 거버넌스 관련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미국, 서방, 일본 등은 현재의 인터넷 거버넌스에 찬성하며 민간 자율을 강조한다. 다만, 두 그룹 모두 멀티스테이크홀더 모델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 문제는 정부와 민간, NGO가 모두 참여해 풀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인터넷 거버넌스 관련 아태 지역회의인 APT에서는 이야기가 좀 있나.
“국가들의 입장이 4월 브라질 회의를 가서 봐야겠지만, 공정하고 논의가 충실히 이뤄지도록 생산적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전권회의 의제 중 주요 이슈를 정리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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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권회의는 각국 대표나 삼성과 LG, KAIST 같은 섹터 멤버들에만 공개된다. 하지만, 전시회, 컨퍼런스, 한류행사 등 볼거리가 많다. 외국의 귀빈들이 3주간 머물면서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하다. ITU전권회의는 올림픽과 더불어 가장 오래 하는 행사이다. 60개국 임시이사회 합하면 거의 1달간 행사한다. 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많이 참석해 줬으면 한다. ”
-창조경제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창조경제타운을 하는데, 결과물이 나오면 보여줄 예정이다. 중소· 중견기업들이 만든 것들 중에서 새로운 것들을 브랜딩 해서 전시하는 것 등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 귀빈은 누가 오나. 경제적 파급 효과는.
“각국 장관뿐 아니라 각국 대통령 방한도 추진하고 있다. 화웨이, 에릭슨 등 제조사가 온다. 장비업체 중심의 행사이다. 제조사는 개도국 최대 수요처인 정부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다 올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는 7119억 정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상했다.”
-의장으로서의 마음가짐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엑스포, 월드컵, G20 등까지 했는데, 정작 우리가 가장 의미있고 잘하는 ICT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큰 행사가 없었다. 세계에 ‘정말 한국이 다르구나’라는 걸 보여주겠다.회의가 끝나면 백서 등을 쓰고 준비기획단은 해체한다.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글로벌화 말고 답이 없다. 기업의 해외 진출 외에 국제기구나 국제 NGO 등에도 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가면서 국민이 힘들다. 그래서 ICT 강국임을 축하하자는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더 글로벌화 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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