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비소세포폐암 대상 1차 치료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한양행(000100)도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렉라자는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이다.
미국 얀센이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등극시키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있다. 얀센과 유한양행은 렉라자와 블록버스터 약물의 효능 비교 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비소세포폐암 1차 약, 돌연변이 유무로 분류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1차 치료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해당 시장은 현재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나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ROS1 등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에 따라 다양한 1차 치료제가 이미 개발된 상태다.
미국 폐암 재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GFR(17%), ALK(7%), ROS1(2%), 기타 등의 돌연변이를 가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존재하고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감지되지 않는 환자는 31%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각종 유전자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가 두루 개발됐다. 대표적인 EGFR 타깃 1차 치료제로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및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 △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등이 개발됐다. 또 ALK 및 ROS1 동시 억제제로는 스위스 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와 미국 화이자의 ‘잴코리’(크리조티닙) 등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해당 변이가 없는 환자 대상 1차 치료제로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즈의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와 화학요법을 병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1차 치료제로 쓰일 약물이 세부 적응증 별로 꾸준히 추가되고 있는 셈이다.
|
“렉라자, ‘이레사’ 넘었다”... 타그리소 비교 임상도 진행 中
이런 시장에 나타난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지난해 EGFR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2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유한양행은 미국 등 13개국에서 진행한 렉라자의 임상 3상에서 이레사 대비 렉라자가 EGFR 돌연변이성 비소세포암 환자의 사망률을 55% 감소시킨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국내에서 해당 질환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EGFR 타깃 약물 중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타그리소와 대비 렉라자의 효능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아, 세계 시장에서 확장성을 평가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등 70개국에서 판매 중인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은 50억15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5조 7371억원)다. 타그리소는 같은 기간 이레사(1억8300만 달러)의 매출을 압도했다. 렉라자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타그리소라는 큰 벽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글로벌 개발은 얀센이 주도한다. 렉라자와 얀센의 항체치료제인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를 병용하는 요법과 타그리소의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며 “내년 상반기에 관련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이런 추가 임상까지 포함해서 1차 치료제 진입을 시도할지 등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
한편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전체 폐암 환자 중 75~85%가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그 위치에 따라 △폐의 분비세포에서 ‘선암’(40%) △폐의 기관지 점막세포에서 나타나는 ‘편평상피세포암’(25~30%) △폐 표면에서 발생한 ‘대세포암’(10~15%), 기타(10~15%) 등으로 구분한다.
초기에 증상이 없어 비소세포폐암 0기에 진단받는 환자는 매우 드물다. 림프절 등 조직에 퍼진 상태에 따라 해당 질환은 1~3기로 나누고, 뇌와 부신 등 사실상 전신에 퍼졌을 때 4기로 분류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환자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을 진단받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