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유니콘 특례 상장 1호에 도전했던 보로노이가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를 기록하면서 IPO(기업공개) 철회를 결정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던 배경에는 라이선스 아웃한 회사에 대한 의구심과 회사의 핵심 기술인 카이네이즈(인산화효소, Kinase)가 최신 트렌드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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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아웃 계약한 회사 가치 300억원 불과
기관들이 투자를 망설였던 이유는 지난해 보로노이가 체결한 라이선스 아웃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보로노이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가 증권사 출신이며, 과학자 또는 바이오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어난 딜 2건이 결정타였다”며 “2건의 라이선스 아웃을 해간 미국 회사 시가총액이 300억원 수준인데, 계약 총 규모는 수천억원에서 조단위다. 바이오섹터 투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런 딜은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태 보로노이 창업주이자 대표는 바이오 관련 전공자가 아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전공했다. 동양증권에서 채권 판매 업무를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 KB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을 거쳐 2015년 보로노이를 설립했다. 현재 회사의 핵심 기술인 카이네이즈 개발은 설립 2년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출신 박사들이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기관투자자들은 해당 계약을 맺은 미국 기업의 가치가 라이선스 아웃 총 규모보다도 턱없이 낮으며, 향후 마일스톤을 지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로노이 관계자는 “브리켈 바이오텍은 피부질환에 특화된 회사이며,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주기(셀 사이클) 관련해서 전문적이다”며 “각 치료제 분야의 전문적인 회사가 라이선스 아웃해 간 것”이라고 말했다.
70년대 본격 개발 시작 카이네이즈, 이미 포화시장
보로노이의 핵심 플래폼기술인 카이네이즈가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한 기술이라는 점도 기관투자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로노이의 주요 사업은 카이네이즈 치료제 개발이다. 특히 발암 돌연변이에 선택적인 정밀 표적치료제(Genotype-directed Therapy)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카이네이즈 치료제는 2001년 글리벡(Gleevec)이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60종 이상이 출시됐다.
보로노이 측은 최신 카이네이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카이네이즈는 글리벡이 처음 출시되고 기술이 계속 발전해왔다. 초창기 의약품은 기술력이 낮아서 부작용이 10명 중에 7명에게 생겼다. 2020년에 나온 약은 10명 중에 부작용 발생 확률이 0.7명으로 줄어들었다”며 “선택적으로 인체의 고장 난 신호등만 잡아내는 기술력 때문이다. 글로벌에서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몇 개 없을 정도로 굉장히 정밀한 기술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오릭에 라이선스 아웃한 EGFR Exon20 INS 돌연변이 타깃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07은 경쟁물질 대비 월등한 선택성과 뇌투과도를 보이고 있다. 타그리소의 내성을 잡는 치료제로 개발 중인 VRN11은 C797S 타깃 물질로, 타그리소 후속 물질 개발이 기술력이 낮다고 볼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두 물질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 가속 승인을 받아 몇 년 내에 출시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보로노이가 올해 안에 IPO 도전을 다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1월 18일에 났으며, 6개월 이내인 7월까지 별도 절차 없이 상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로노이는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등 기업가치 강화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보로노이의 미래 성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핵심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며 향후 시장 안정화 시점을 고려해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