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도쿄 한인타운은 국내 시중은행 도쿄지점에서 불법적으로 벌어진 부동산담보대출 비리 사고의 진원지다. 불법대출 가담자들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정관계 로비를 위한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비리가 확산되자 일본의 수도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인근 한인타운도 술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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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에서 화장품 판매 노점상을 운영을 있는 한 씨(여·43세)는 “일본 내에서 혐한 기류가 심해져 매상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올들어서는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매출이 또 절반으로 줄었다”며 “한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던 거리였다”고 회고했다.
한인타운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영업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중 은행의 도쿄지점(한인 사회에서는 ‘한국 은행’으로 통한다) 대출채권 원금체납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조사 과정에서 불법대출이 세상으로 드러나게 됐다.
그는 일본인이 건물주로 있는 2층짜리 건물의 1층 식당 출입문 옆 벽에 노점을 열고 한국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 한 씨의 설명에 따르면 노점이 없는 일본에서 한인 타운의 노점은 1층 임대 사업자들이 건물벽에 임대를 놓아 생겨나게 된 것이라 한다. 그 역시도 노점 임대를 받은 사람에게 임대료를 주고 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같은 ‘전전대’(겹치기 임대)는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한류 붐으로 인해 한인 타운이 얼마나 번화했는지, 한인 타운의 임대료가 어떻게 부풀려졌는지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인타운의 번창은 한인 ‘뉴커머(Newcomer) 세대’들의 자산 증식 욕망과 만나 무리한 대출, 리베이트 제공 등 ‘빚 잔치’로 이어졌다.
불법대출과 리베이트 수수로 현재 구속수감된 국민은행 이 전 지점장은 일본의 한인 사회에서 ‘한인타운 설립자’로 불리고 있었다.
1980년대초 여행자율화로 일본으로 건너온 세대들을 재일교포와 구분해 ‘뉴커머 세대’로 칭해진다. 이들은 재일 교포보다도 일본 내 기반이 약해 대출을 받고나서 한국으로 도주해버리는 일도 잦아 일본 은행들은 대출을 꺼리는 고위험 고객군이다.
이들은 일본인 건물주들에게 높은 임대료를 내고 운영하는 가게가 한류 붐을 타자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들이려 했다. 연일 임대료가 치솟는 건물을 일본인들로부터 사들이려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야 했고 여기에 브로커와 감정평가사, 국민은행 등의 검은 커넥션이 형성됐다.
부풀린 감정가로 대출을 내준 이 전 지점장 등은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았고 한인 사업가들은 대출로 사업을 넓혀갔다.
대출 리베이트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한국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한인 사업가를 수소문해 만남을 시도했다. 대부분 유학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영업을 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식당에 몇 차례 들렀어도 사장을 직접 대면하긴 어려웠다.
기자는 번호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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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은행에서 대출 리베이트를 요구했는가”라고 묻자 “그건 대답하기에 곤란하다”며 30분안에 이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재일교포 세대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뉴커머 세대들 조차도 4세대까지 이어오며 어렵게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재일교포들과의 차이를 강조했다.
1층에 옷가게와 잡화점이 들어선 한 건물 대문에는 한자로 작게 ‘김(金)’이라는 이름판이 새겨져 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재일교포로 파친코 사업으로 돈을 벌어 건물을 매입했다고 한다.
40대로 보이는 잡화점의 한 한국인 종업원은 “이 건물 주인 할머니는 정말 숱한 고생을 많이 하셨고 돈을 벌어 재산을 모아 건물을 사신 것”이라며 “‘그런 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무리한 대출로 사업을 벌이다 잘 안될경우 야반도주해버리는 일부 한인들 때문에 남아 있는 한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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