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된 모녀의 ‘등원길’…30대 엄마 결국 숨졌다[그해 오늘]

눈 수술 3일 만에 운전… 스쿨존 덮쳐
딸 손잡고 어린이집 등원하던 엄마 숨져
운전자 징역 4년 6개월
  • 등록 2024-08-10 오전 12:00:10

    수정 2024-08-10 오전 12:00:25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딸의 손을 잡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어머니를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 A씨에게 2021년 8월 10일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4살 된 딸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엄마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사진=연합뉴스)
A씨는 2021년 5월 11일 오전 9시 20분께 인천시 서구 마전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중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녀를 자신의 레이 차량으로 치었다.

이 사고로 어머니 B씨(32·여)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1시간 만에 숨졌고 딸 C양(4)도 다리뼈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당시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사고 직전 B씨가 한쪽 어깨에 딸의 등원 가방을 메고 딸의 손을 잡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담겨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B씨가 살던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사고 장소 옆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고인을 기렸다.

주민들은 사고 난 장소가 밀집한 아파트단지 사이에 위치해 많은 차가 해당 도로를 이용하다 보니 그동안 사고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밀집해 있는 사고지점에 횡단보도가 4개가 있었으나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카메라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살 된 딸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로 숨진 30대 엄마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추모공간.(연합뉴스)
사고 현장 조사를 나선 경찰은 차량이 급제동할 때 생기는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 마크’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토대로 A씨가 사고 전후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발생 3일 전 결막 주름 등이 각막을 덮어 발생하는 안질환인 익상편 제거 수술 뒤 완전히 눈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차량의 전면 유리 옆 기둥인 ‘A필러’에 가려 B씨 모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A씨의 변호인은 “운영하던 식당의 배달 일을 직접 하던 피고인이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하다가 사고를 낸 점을 고려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드린다”며 “한순간의 실수로 한 가정의 미래와 행복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실에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교차로에서 진입하는 과정에서 모녀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모습이 명백하게 확인된다”며 “A씨가 조금이라도 전방을 주시했거나 사고 후 급제동을 하였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참혹한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엄마와 함께 있던 둘째 딸은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며 “유족인 첫째 딸과 그 배우자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헤아릴 수 없는 슬픔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 측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위반하진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판결에 검사 측은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각각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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