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A씨가 상속인이 없는 재혼한 아내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잔인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병사로 위장해 화장하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했다”며 “처음부터 재력이 있는 여성을 물색해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재혼을 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까지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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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처음 만남을 시작했을 당시 A씨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성형외과 전문의였던 A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했다. A씨는 2008~2009년 보험사기 일당에게 허위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했다가 적발돼 2011년 11월 법원에서 사기방조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여러 건의 의료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0년 10월 얼굴 리프팅 수술을 하면서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과다투여해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의료사고를 내 2014년 2월 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0만원 판결을 선고받았다.
A씨는 결국 의료사고 등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3억 3000만원의 채무를 안게 됐다. 그리고 그는 2014년께 탈세가 적발돼 세무당국으로부터 1억 5000만원을 추징당하기까지 했다. 재정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A씨는 결국 병원을 폐업했다.
반복된 의료사고로 병원 문닫고 경제적 어려움 직면
병원을 폐업하던 즈음에 A씨는 첫번째 아내와 경제적 문제와 성격차이 등으로 이혼했다. 그는 자녀 양육비로 매달 8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비록 경영하던 병원을 폐업했지만 다른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페이닥터로 근무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양육비였다.
하지만 A씨는 페이닥터로 근무하던 병원에서 또다시 의료사고를 일으켰다. 그는 2015년 1월 말 3일 간격으로 두 차례 의료사고를 냈다. 첫 번째 사고는 입꼬리 리프팅 시술 과정에서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고, 이 일로 그는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 판결을 받았다.
B씨는 교제를 시작한 후, 경제적으로 매우 곤궁한 처지였던 A씨에게 “(내가 거주하는) 충남 당진에 성형외과가 없다. 돈을 대줄 테니 성형외과를 개업하라. 빚도 갚아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2016년 4월 혼인신고를 한 후 성형외과 개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보유한 건물 등 재정상황을 정확히 알게 됐다. A씨는 B씨의 경제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병원 개원을 위해 추가로 2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과거 빚까지 더해 A씨의 채무는 5억5000만원을 늘어난 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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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시 병원 투자금 회수 걱정…결혼 7개월만에 살해 시도
부부사이가 멀어지는 것과 별개로 새로 문을 연 병원은 영업이 매우 잘되고 있었다. 이미 B씨와 더 이상 살 수 없겠다고 결론 낸 A씨였지만 B씨가 병원 개원 시 투입한 막대한 자금을 회수할 경우 병원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 확실해 이혼을 선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A씨는 2016년 11월 초 의료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A씨가 생각한 해결책은 살인이었다. A씨는 2016년 11월 병원 직원과 환자 명의를 도용해 처방전을 발급한 뒤 향정신성의약품을 약국에서 구입하고, 별도로 골격근이완제를 병원 명의로 구입했다. 사형제를 실시하는 나라 중 일부 국가에서 사형 집행 시 사용하는 해당 골격근이완제는 A씨가 운영하던 성형외과에선 평소 사용하지 않는 의약품이었다.
그는 2016년 11월 중순 B씨 살해를 시도했다. 그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탄 물을 마시게 한 후, B씨가 잠들자 주사기를 이용해 골격근이완제를 몸에 주입했다. 그는 곧바로 집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같은 건물에 살던 B씨 인척에게 119 신고를 요청했다. 자신이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모습을 연출해 병사로 위장하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119가 출동한 후 심폐소생술로 B씨는 목숨을 건지며 A씨의 첫 번째 범행은 실패했다.
첫번째 살해 시도가 실패했지만 범행은 발각되지 않았다. B씨가 입원했던 대학병원은 B씨의 갑작스러운 심정지 원인을 찾아 나섰지만 끝내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A씨는 B씨가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이 자신의 병원에서 범행에 사용한 의료기구들을 모두 폐기했다. B씨는 12월 초 병원에서 퇴원했다.
A씨는 2017년 1월 또다시 B씨와 심하게 다투자 또 다시 살해를 계획했다.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수 범행으로 B씨가 심정지로 쓰러진 병력이 생긴 만큼, 같은 방법으로 살해할 경우 병사로 처리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2017년 3월 12일 늦은 밤 앞선 범행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시도했다. 심정지가 온 B씨는 A씨의 119 신고로 13일 새벽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끝내 사망했다. A씨의 예상대로 병원에선 B씨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판정했다.
A씨는 B씨 사망 이후 곧바로 시신을 화장하고 B씨 부동산 등을 명의이전하고 예금은 모두 인출해 현금화했다. 또 두 곳의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해 한 보험사에서 5000만원을 지급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전 범행때와 마찬가지로 범행에 사용한 의료기구들은 모두 자신의 병원에 가지고 가 폐기했다. 이렇게 챙긴 돈이 7억원에 달했다.
묻힐 뻔한 A씨의 범행은 B씨의 죽음에 의구심을 가진 B씨 유족의 진정으로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서 들통났다. 유족은 경찰에 제출한 진정서에는 “병사가 아닌 A씨가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의 진술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119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피해자 우측 팔에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다”는 구조대원의 진술을 확보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경찰이 자신의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착수하자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도주 후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자살시도 직전 모친과 선임한 변호사에게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그는 2017년 4월 4일, 범행 약 3주 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3일 뒤 구속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아내 명의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외국에서 사형을 집행할 때 사용하는 독극물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하고 범행을 저질러 유족 등에게 씻을 수 아픔을 안겨줬다.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 A씨 측은 살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산을 노린 범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피해자와 재혼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치사량의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으로 잔인하게 살해해 죄가 무겁다”며 “한 차례 미수에 그친 후에도 단념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정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치밀한 사전 계획 하에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 후 범행을 은폐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베풀고 누구보다도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의사로서 본분을 망각한 채 의학지식을 살인범행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수사단계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계기를 제공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모두 항소했다. 2심은 “의사인 A씨가 생명을 의술을 이용해 고의로 침해한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고 죄책도 매우 무겁다”면서도 “범행이 재산적 탐욕이나 경제적 대가를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범행을 자백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목숨을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마지막 형벌인 사형에 처해야 할 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은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양측 모두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