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에로틱 화병' 이우환 '알록한 점'…대가의 붓변신 171억원어치 경매

26일 서울옥션 '제166회 미술품 경매'
1900년대 초 '단골'이던 피카소 정물화
연인 도라 마르 표현…풍성한 곡선미
이우환 희귀작 화려한 색감·붓질 '대화'
단색 탈피 역동성 부여 '제스처 드로잉'
죽은 나비 붙인 데미안 허스트 대작도
  • 등록 2022-04-16 오전 12:01:00

    수정 2022-04-16 오전 12:01:00

이우환의 ‘대화’(Dialogue·다이얼로그·2017·146×114㎝·왼쪽)와 파블로 피카소의 ‘정물, 과일과 화병’(Nature Morte, Fruits et Pot·1938·46×55㎝). 26일 서울옥션 ‘제166회 미술품 경매’에서 각각 추정가 7억∼10억원, 25억∼35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최소한의 색, 최소한의 점. 다만 두툼하게 쌓아 존재감을 높인다. 이우환(86)의 ‘대화’(Dialogue·다이얼로그)가 그랬다. 20여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들은 주로 회색, 아니라면 부끄러운 듯 붉거나 도도한 듯 푸른 빛을 띤 단색조였다. 광물 유성안료를 사용하던 작업은 2010년 즈음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을 들이면서 변화를 겪는데, 강렬한 원색의 작품이 등장한 거다.

그 드라마틱한 변화로 색의 정점을 찍은 듯한 ‘알록달록한’ 대화가 국내 미술품 경매에 나선다. 2017년에 제작한 80호 규모(146×114㎝)의 ‘대화’다. 출품작 ‘대화’는 기존 작품에서 한두 개 보이던 작은 점을 확대한 듯한 거대한 한 점을 그릇처럼 받친 위에, 짧은 붓터치로 끊어낸 또 다른 여러 점을 마치 파동처럼 찍어낸 작품. 그 꿈틀대는 파동 덕에 ‘제스처 드로잉’이란 별칭이 달리기도 했다. 초록색의 큰 점 위로 갈색에서 번져나온 노랑·초록, 빨강·푸른 톤의 다이내믹한 색의 움직임이 특징이다. 두꺼운 마티에르 대신 빠른 속도감을 들인 셈이다. 한마디로 색감과 붓질, 두 가지 모두에서 큰 변화를 잡았다. 서울옥션 4월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는 작품은 추정가 7억∼10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

피카소 다섯번째 연인 빼닮은 정물화

파블로 피카소(1881∼1973)에게 정물화는 1900년대 초반부터 다뤄온 단골 레퍼토리다. 다만 시기적으로 변화를 겪었는데, 주로 피카소의 연애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다.

연인에서 영감의 원천을 더듬는 피카소의 독특한 장기가 도드라진 정물화 한 점도 같은 경매에 나선다. ‘정물, 과일과 화병’(Nature Morte, Fruits et Pot·1938·46×55㎝)이다.

이번 출품작의 특징은 유려하고 풍만한 몸매를 과시하는 화병의 곡선미. 이를 두곤 작품을 제작한 당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 다섯 번째 연인 도라 마르의 영향이라고 했다. 마르를 표현하듯 극대화한 오브제, 과감한 색감, 에로틱한 풍채를 가진 ‘정물, 과일과 화병’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들 해석한 거다.

파블로 피카소의 ‘정물, 과일과 화병’(Nature Morte, Fruits et Pot·1938·46×55㎝) 부분. 유려하고 풍만한 몸매를 과시하는 화병의 곡선미가 특징이다. 피카소가 작품을 제작한 당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 다섯 번째 연인 도라 마르를 표현하듯 극대화한 오브제, 과감한 색감, 에로틱한 풍채를 가졌다(사진=서울옥션).


마르는 바람기 다분한 피카소와 장장 8년간 연인관계를 유지하며 피카소 작품세계에 막강한 영향을 끼쳐왔던 인물이다. 그 기간 동안 피카소가 그린 마르의 초상화가 60여점에 달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세상에 드라마틱한 굴곡을 선보인 그 화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출품작은 추정가 25억∼35억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

100호 남짓 ‘대가의 대작’ 시리즈…경매의 포인트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여는 서울옥션의 메이저 경매인 ‘제166회 미술품 경매’에는 피카소의 ‘정물, 과일과 화병’, 이우환의 ‘대화’ 등을 얼굴로 삼아 170점 171억원어치를 출품한다.

독특한 ‘붓변신’을 아우른, 특히 한국 현대미술 대가들의 ‘100호 전후’ 큰 작품을 모은 ‘대작 시리즈’가 이번 경매의 포인트다. 하종현의 100호 ‘접합 98-04’(1998·130×162㎝)이 추정가 3억∼4억원에, 윤형근의 150호(182×227㎝) ‘번트 엄버 & 울트라마린 블루’(1997)이 4억∼6억원에 나선다. 윤명로의 100호 ‘균열 80-315’(1980), 김태호의 100호 ‘내재율 2020-28’(2020)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균열’은 추정가 1억 1000만∼2억원, ‘내재율’은 1억∼1억 6000만원을 달았다.

하종현의 ‘접합 98-04’(1998·130×162㎝). 26일 서울옥션 ‘제16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억∼4억원을 달고 출품했다(사진=서울옥션).


죽은 나비 화면에 붙인 데미안 허스트 작품도

딱히 묶어두진 않았지만 ‘대가의 붓변신’ 혹은 ‘대가의 대작’에 걸맞은 해외 작품도 다수 눈에 띈다. 피카소만큼 해외시장에서 ‘비싼’ 작가로 꼽히는 데미안 허스트(57)의 대형작품 ‘들끓는 아침’(The Cauldron of Morning·2006·183×273.8㎝)은 추정가를 별도로 문의해야 한다. 마치 푸른 나비가 핑크색 벽 앞을 날아다니는 듯, 아득함과 생동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데. 허스트의 ‘나비 연작’ 중 한 점이기도 한 작품은 말끔한 배경에, 모형이 아닌 진짜 나비를 붙여 제작했다. 이미 죽은 상태의 나비는 캔버스에 고정돼 있지만, 화면을 비추는 빛에 따라 다양한 반사각을 내뿜는다.

데미안 허스트의 ‘들끓는 아침’(The Cauldron of Morning·2006·183×273.8㎝). 26일 서울옥션 ‘제166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해 새 주인을 찾는다. 추정가 ‘별도문의’다(사진=서울옥션).


국제갤러리가 최근 서울·부산점에서 동시에 연 대형 개인전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우고 론디노네(58)의 작품 두 점도 대기 중이다.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작은 태양 2’(Small Sun 2·91.5×91.5㎝)는 추정가 800만∼1500만원에, 입체조각 ‘작은 분홍·하양·노랑 산’(Small Pink White Yellow Mountain·2020·7.0×9.52×28㎝)은 4500만∼7000만원에 나선다.

우고 론디노네의 입체조각 ‘작은 분홍·하양·노랑 산’(Small Pink White Yellow Mountain·2020·7.0×9.52×28㎝). 26일 서울옥션 ‘제166회 미술품 경매’ 추정가 4500만∼7000만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사진=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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