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의회의사당인 캐피털 힐 계단에 마련된 특별무대에서 열린 취임 연설에서 ‘하나의 미국’이라는 주제로 “미국을 갈라놓은 인종적, 당파적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닥칠 국내외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통합의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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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의 번영과 미래를 위해서는 국가적 화합, 정치권의 타협, 시민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며 “미국을 세운 건국정신과 가치는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미국의 가능성은 무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총기규제와 이민법 개정, 세제 개혁 등 이 시대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총기규제 강화를 시급히 추진해야 하며 이민법 손질과 세제 개혁 등 시급한 이슈를 다루려면 미국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는 향후 4년간의 통치 비전과 철학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새 정책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측은 다음 달 12일 연두교서에서 구체적인 정책들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연설 전인 오전 11시50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주재하에 “나,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능력을 다해 헌법을 수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라는 취임선서를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16대 대통령과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사용했던 성경 2권 위에 손을 얹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푸른 색 넥타이를 맸고 미셸 여사는 체크무늬가 들어간 감청색 코트형 드레스를 입었다.
이날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새벽부터 수많은 인파가 행사가 열리는 내셔널 몰로 몰려들어 줄을 길게 선 채 곳곳에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했다. 그러나 청중 숫자는 4년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오전 11시부터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부부들이 행사장 중앙무대에 착석한 반면 조지 HW. 부시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자 내외는 병환 등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