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손실보전 근거로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는 단서조항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증권투자의 자기책임원칙’이 있는 만큼 해당 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증거가 명확해야 손실보전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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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 관련 펀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과 1대 1 자율조정을 거쳐 투자원금의 일부를 지급할 예정이다. 자율조정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진행한다.
해당 펀드는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다. 우리은행은 이 펀드를 연 5.1% 금리 조건으로 총 765억원 판매했다. 투자자 대부분은 초고액자산가(VVIP) 고객들로 알려졌다.
앞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은 지난 2019년 선·중순위 등 여러 트랜치로 이뤄진 대출펀드로 만들어졌다. 선순위 대출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참여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중순위(메자닌) 대출에 2억43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투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2500억원을 셀다운(재매각)해 대출금을 마련했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투자(PI) 자금을 넣었고, 멀티에셋자산운용, 시몬느자산운용 등 운용사들이 펀드를 조성해서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도 들어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홍콩 부동산 시장의 위축,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오피스 수요 감소,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해당 펀드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객 피해 방지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사적화해의 수단으로 자율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이 같은 내용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자율조정 절차를 모두 완료한 뒤, 운용사인 시몬느자산운용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와 중순위 채권 추심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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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해당 펀드는 실적 배당 상품이고 손실보전 행위를 못하게 돼 있어서다.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우리은행이 이를 보전해주면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의견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55조를 보면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거래와 관련해서 신탁재산 관련 법령(제103조 제3항)에 따라 손실 보전 또는 이익 보장을 하는 경우, 그 밖에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적혀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자본시장법 제55조에서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손실보전의 근거로 내세웠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규정에는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를 자본시장법이 제한하는 손실보전 금지의 예외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설명에도 의문은 남는다. 해당 규정에는 ‘증권투자의 자기책임원칙’ 개념도 적혀 있기 때문이다. ‘자기책임원칙’이란 투자 의사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리는 것은 투자자인 만큼 결과도 투자자 스스로 책임진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업규정 제4-20조(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제1항 제7호 가목을 보면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및 그 임직원이 자신의 위법(과실로 인한 위법을 포함) 행위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라며 “다만 증권투자의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적혀있다.
업계에서는 손실보전의 근거가 되려면 ‘불완전 판매’를 한 행위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불완전 판매란 은행, 투자신탁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이나 투자 위험성 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홍콩 빌딩 펀드가 라임펀드나 옵티머스펀드처럼 불완전 판매 문제가 있거나 상품 구조상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손실보전을 가늠할 여지가 생긴다”며 “다만 불완전 판매 행위들이 명확히 드러나야 손실보전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