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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글이 처음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2008년 3월께였다. 미네르바는 당시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쓰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경제 예측은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며 네티즌들은 물론 주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였는데, 특히 환율 폭등과 미국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정확히 예측한 후에는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란 칭호까지 얻게 됐다. 국회의원들도 그의 글을 복사해 밑줄을 그어 가며 읽을 정도였으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를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검찰도 해당 글이 인터넷을 통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전기통신기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즉각 내사에 착수해 2009년 1월 7일 그를 긴급체포 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외국계 금융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전문대 출신의 무직인 30세 남성’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오랫동안 독학으로 경제 관련 공부를 해 그 같은 글들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월 9일 “박 씨 글 일부가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0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그해 4월 14일 박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으나 4월 20일 1심 법원은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이 허위인지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에 검찰이 항소를 취하하며 박 씨의 무죄는 확정됐다. 박 씨 개인의 삶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였다. 하지만 ‘미네르바 사건’은 2023년 1월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 확장에 날개를 달아 준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