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에 '미사일주권'까지…공고한 한미동맹, 경제동맹으로 진화

文대통령, 22일(현지시간) 3박5일 일정 마치고 귀국
공고한 동맹 재확인…대북정책·미사일주권 등 확보
대북 대화 여부는 미지수…바이든 "국제적 인정, 부여 않겠다"
백신 파트너십 구축…美 대단위 투자로 한미 경제 동맹 기틀
  • 등록 2021-05-24 오전 12:00:00

    수정 2021-05-24 오전 12: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워싱턴·애틀란타(미국)=공동취재단]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

방미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귀국 전용기에 탑승하며 환송나온 관계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애틀랜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만족감을 크게 드러냈다. 이번 회담을 통해 공고한 한·미 동맹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미사일·원자력 등 제반 분야에서 한·미 경제 동맹으로 나아갈 근거까지 마련했다.

공고한 한·미 동맹 확인 재확인

이번 순방의 최상단에는 한·미 동맹 확인이 자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미국의 정치 권력이 이동한 상태에서 여전한 한·미 공조 확인이 최우선 과제였다. 문 대통령이 순방 첫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에 나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합도 잘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전쟁 참전용사 랄프 퍼켓 예비역 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정상을 초대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70년 한미 동맹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큰 명예와 영광”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랠프 퍼킷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후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같은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와 한국군(軍)에 대한 55만명분의 백신 협조 등 구체적 소득까지 얻어냈다. 1979년부터 우리 군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을 제한했던 규정이 42년 만에 사라졌고 주한미군과 한국군 간의 유대도 깊어졌다.

싱가포르·판문점 선언 기초 성과…대북 대화 여부는 미지수

공고한 한미 동맹 속에 대북 정책에 대한 호흡도 맞췄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은 외교·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더욱이 양 정상이 대북 정책에 있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 기초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인 점은 큰 의의가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한국이 많이 기여하지 않았나”라며 “남·북 관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뜻”이라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로 깜짝 임명한 사실도 호재다. 김 특별대표는 과거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전에 알려준 깜짝선물”이라며 “대북 비핵화 협상을 더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실제 북·미 대화 및 남·북 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 청와대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서 코로나 방역이라든지 기후변화라든지 인도주의적 문제 등에서 남북 협력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북한이 이미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문제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도 아직은 호의적이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포용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김정은이 바라고 있는 국제적 인정을 부여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후에나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다진 것이다.

백신 파트너십 구축…한미 경제 밀착

당장 급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보건복지부-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간 백신 개발 및 생산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 최고 글로벌백신생산 허브로 나아가게 정부가 역할을 다해달라”고 응원했다.

삼성·SK·LG·현대 등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찾은 4대 기업들이 총 400억 달러(44조원)의 통 큰 선물을 쏘면서 한·미 관계가 경제 동맹으로까지 발전할 기틀을 닦았다. 한·미 정상은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의약품 등 차세대 산업에 있어서 협력을 다짐했다.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가 “SK배터리를 장착한 포드F150 전기트럭을 기대하겠다”고 한 발언은 미래 한·미 경제 동맹의 한 단면을 비췄다.

최태원 대한상의회장과 성 김 주인도네시아미국대사가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 기업들의 투자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치인들의 감사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최태원 SK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등에게 기립을 요청하면서 박수를 유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주관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한미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했는데도 이례적으로 대면 개최됐는데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행사에 대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라며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또 반영해주느라고 신경을 많이 써줬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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