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035720)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돼 규제가 본격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포털에 대한 규제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지난 정부에서도 NHN에 소위 ‘양면시장 이론’을 도입해 시장 지배적사업자로 지정했지만 법원에서 패소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인터넷 포털(부가통신사업자)을 사전 규제하려고 아이디어를 모았지만 결국 포기했다.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시장을 획정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포털 사전규제 논란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사업자를 배제하는 부당경쟁행위를 하면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자주 찾으니까, 돈을 많이 버니까, 신문들이 싫어하니까 등의 이유로 인터넷 기업의 손발을 묶어두는 게 정당한가 하는 의문이다.
구글이 전방위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즘, NHN을 죽이고 나면 또 다른 공룡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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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과 구글은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하다. ‘공짜로 모든 걸 줄 테니 광고를 봐 달라’이다. 그러나 NHN은 서버만 가진 반면, 구글은 운영체제(OS), 네트워크 장비(라우터), 통신망은 물론 인터넷통신표준과 웹네트워크 서비스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웹 네트워크 장악력을 걱정했다. 이 교수는 “구글은 안드로이드가 깔린 스마트폰을 통해 오고 가는 모든 콘텐츠의 질과 속도, 보안을 책임져준다는 생각인데, 삼성전자가 아무리 훌륭한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갖고 있어도 구글의 웹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가 만든 스마트폰이 타이젠 OS와 MS 윈도 8 브라우저를 얹었을 때와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의 좀 뒤떨어진 하드웨어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와 크롬 브라우저를 얹었을 때 모토로라 스마트폰이 오히려 잘 팔릴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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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을 비롯한 인터넷 포털(부가통신)을 사전 규제하면 자칫 인터넷 산업 전반의 혁신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작년 말 방통위는 1여 년 동안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인터넷기업)에 대한 경쟁상황평가를 위해 전담반을 운영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전응휘 (사)오픈넷 이사장은 “우리나라처럼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인터넷 접속 계위(위치)를 정하는 국가는 없다”며 “인터넷은 TCP/IP라는 프로토콜 속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자유로운 만큼 국가가 나서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양면시장(two-sided markets)
지원 영역(subsidy side)과 수익 영역(money side)이 공존한다는 경제학 이론. 공정위는 지난 2008년 NHN이 이용자에겐 무료로 뉴스와 메일 등을 서비스하면서 광고주에게서 돈을 받고 있는 만큼 단일시장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에서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