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의 창업아이템이야기) “창업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 등록 2008-02-20 오전 11:28:28

    수정 2008-02-20 오전 11:28:28

[이데일리 안정훈 칼럼니스트]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러 갈 때 수강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글쎄요, 당분간은 복지부동하고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요즘 되는 장사가 없잖아요.”

창업강좌를 들으면 사업 구상이 서고, 사업 방향이 잡혀야 하는데요. 조금씩 쌓일수록 창업하기가 더 겁난다는 것이다.

예비창업자들이 이처럼 움츠러드는 것은 사업의 부정적인 측면이나 주의할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일부 창업 강좌 강사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예비창업자들의 잘못된 사업관에서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

요즘 같은 불황기일수록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조심조심 창업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안전주의는 수동적인 사람을 만든다. 때로는 과감한 도전정신이 성공의 모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창업에는 모험이 따른다. 철저한 준비와 경영기술을 발휘해서 이 모험적 요소를 성공으로 바꿔나가려고 하는 의지를 가져야만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가 좋은 때도 창업하는 사람 10명 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2-3명에 불과하다. 불황일 때도 마찬가지다. 즉 경기와 무관하게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드는 상위 20% 안팍의 창업자는 늘 존재하며, 이 대열에 낄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언제든지 성공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기와 무관하게 사업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면 불황기에도, 그리고 사업 초보자라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자본 사업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보다 돈을 먼저 좇는다는 데 있다. 혹자는 돈이 우선이냐, 고객이 우선이냐를 놓고 논쟁하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무의미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사업성패를 갈라놓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이윤은 고객창출에 달렸다”고 했다. 고객만족을 먼저 연구하지 않으면 결코 돈을 벌 수 없다는 얘기다.

예비창업자들 중 상당수는 요즘 무슨 업종이 돈이 된다더라, 뜬다더라는 정보에만 관심을 가질 뿐 과연 그 사업이 진정으로 고객을 만족시켜 주고 있는지,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인지, 내가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력은 갖추고 있는지를 연구하지 않고 창업한다.

그러나 보니 필연적으로 창조나 차별화보다는 모방 위주의 창업을 하게 된다. 조개구이전문점이 좀 뜬다는 소문이 퍼지기가 무섭게 동네마다 2-3개 이상의 조개구이전문점들이 들어서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돌입하고, 만화대여점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 너도 나도 만화대여점을 창업한다.

이러한 부화뇌동 창업풍토에서는 전문성이 무시된다. 해당업종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창업자의 자질이나 노하우가 무시되면 이는 곧바로 고객의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포나 사업자들이 질긴 생명력을 가지지 못하리라는 건 불을 보듯 훤하다.

이러한 기존 사업자들의 잘못된 창업풍토 속에서 우리는 역으로 성공의 비결을 발견할 수 있다. 남들보다 더 좋은 시설을 하거나 더 목이 좋은 점포를 얻거나 더 규모가 크거나 더 가격이 싸야 하며 경쟁 사업자에 비해 해당사업에 대한 경력이나 노하우도 더 많이 갖춰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모방에서 출발했어도 고객의 욕구나 개성을 고려해 조금만 차별화 시켜서 창업한다면 보다 적은 자본으로 훨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붕어빵 같은 포장마차 형 패스트푸드류가 잘 팔린다. 다만 차이점은 우리나라 붕어빵 안에는 한결같이 팥만 들어있는데, 일본의 붕어빵은 모양도 다양할뿐더러 팥의 종류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는 것이다.

즉 비슷한 아이템이지만 차별화로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써 같은 분야의 업종들이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 없이 획일적인 모방만 하는 창업풍토에서는 공생이 아니라 공멸만 있을 뿐이다.

아울러 고객을 중심에 놓고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그 분야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자연히 ‘돈이 벌리는’ 업종만 좇아가지 않고 흥미가 있거나 적성에 맞는 업종을 택해 그 분야에만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게 된다.

불황이든 호황이든 성공하는 창업자의 이러한 자세를 가슴에 새겨둔다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실직을 하게 됐어도 한숨만 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바닥이냐를 놓고 경제학자들 간에 논의가 분분하다. 대체로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쯤이 우리 경제의 밑바닥이 아니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바닥이 가깝다는 말은 곧 상승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할 무렵이 돼서야 사업준비를 시작하면 때는 이미 늦다. 바닥이 가까울 때 창업을 준비하고 도전해야 경기가 상승기를 탈 때 돈을 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실직이 새로운 희망의 원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이든 인생이든 내가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불가항력적으로 내게 닥친 어려움을 절망적으로만 받아들이면 그에게는 실직이 죽음으로 이르는 병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퍼 올리는 사람에게는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안정훈 창업경영연구소 이사
주요경력
로손 편의점 (물류관리 / 점장 / 슈퍼바이져)
㈜바이통상 (기획 / 슈퍼바이져 / 홍보)
㈜ 창업경영연구소 이사 (상권분석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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