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하동근 대표, "‘판소리 대장금’을 꿈꾸며"

  • 등록 2007-06-15 오전 10:00:00

    수정 2007-06-14 오전 9:28:31

[iMBC(052220) 하동근 대표]  우연찮은 기회에 박 동진 선생이 부르신 변강쇠가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별칭 가루지기전, 광대가라고도 부르는 변강쇠가는 판소리 일곱 마당 가운데 실전되었던 것을 박동진 선생이 복원시킨 것으로 아직 한 번도 직접 들어 본 일이 없어 과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그러나 부끄럽고 창피하게도 초반부터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고금에 문장 호걸 절창으로 지어내어 후세에다 유전을 허지만, 다 모도 허사로구나. 송옥 의 고당부며 조자건의 낙신부는 그 말이 정녕허지 뉘 눈으로 보았으며 와룡선생 양보음은 삼장사 탄식이요, 정절선생 귀거래사 처사의 한정이요, 이청연의 원별이 와백낙천의 장한가며,  원진의 연창궁사 이교의 분음행이 다 쓸어 허망헌 사설을 차마 어이 듣겄느냐”
 
결국 해설집을 구해다가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해서 겨우 무슨 이야기인줄은 어렴풋이 이해는 할 수 있었으나 그것도 불과 수 페이지,  아예 고개를 흔들고 포기하고 말았다.
 
“~송선달 홍록씨는 타성주옥 방약무인 화란춘성 만화방창 시중천자 이태백이요, 모동지 홍갑씨는 관산만리 초목추성 청천만리 학의 울음..” 이번에는 온통 사자성어 투성이다.
 
재학시절 한자를 배웠고 나름대로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는 있다고 자임하는 주제인데 판소리 한 소절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니 이게 내 스스로 한국 사람인지 외국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가 싶어서 주변의 사람들에서 판소리와 팝송 그리고 오페라 뮤지컬 등에서 나오는 가사의 뜻을 얼마나 알고 있고 즐기는지 물어보았다. 일본의 지인에게도 우리나라의 판소리에 해당하는 가부키나 료코쿠의 가사를 일본인들은 이해하고 감상하는지 역시 물어보았다. 대부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서 혹시 한국판 오페라나 뮤지컬 그리고 그나마 알아듣기 쉬운 타령이나 소리의 가사는 알아듣는지 역시 물어보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귀에는 들어오는데 정작 중요한 단어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듣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냥 필링으로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편하게 생각하면 가사모르는 팝송 들으면서 흥얼거리고 어깨를 흔드는 것이나 뭐 다를 게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통문화는 보존되어야 하고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또 즐기고 보존하고 또 발전시키고 있을까? 전통문화는 절대로 변형되어서는 안 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인가? 전통문화는 전통대로 보존시키되 현대식으로 해석한, 그래서 누구나 무슨 이야기인지 쉽게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다시 말해서 ‘요새 말로 풀어쓴 현대판 판소리’같은 것은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주변의 지인이 그렇게 하면 본래 판소리가 가진 감칠맛이 나질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고 억지로 추임새하면서 절반 졸고 있는 것보다는 감칠맛은 덜하더라도 좀 알아듣고 가사의 내용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가깝게 다가오고 또 더 깊은 맛이 나지 않겠느냐는 대꾸를 했다.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4년 3월까지 공정의 대히트를 친 드라마 ‘대장금’이 종영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원 소스 멀티 유스의 형태로 여전히 신화를 계속하고 있다. 드라마는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를 휩쓸었고 작년 10월부터 방영된 이란에서 전국 평균 시청률 86%라는 진기록을 세우는 등 아시아뿐 만 아니라 중동과 유럽 등 지구촌 곳곳에서 한류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대장금도 시즌2를 제작하고 있고 최근에는 뮤지컬 대장금이 선을 보였다.
 
2년이라는 준비기간과 60억 원의 제작비 초호화 캐스팅 등 화제도 풍부하지만 예술의 전당에 이어 세종문화 회관공연 그리고 내년 북경 올림픽을 앞둔 중국 공연, 일본 라이선스 공연 판권 계약 등 벌써부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뮤지컬 대장금은 앞에서 얘기한 전통문화의 새로운 발전과 계승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알기 쉬운 노랫말과 멜로디 그리고 전통 의상이면서도 세련된 현대적 색채 감각, 여기에다 접시춤 등 새로운 창작이 가미된 역동적인 궁중 무용, 그리고 유채꽃밭, 돛단배 풍경 등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더욱 뮤지컬 대장금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이나 뮤지컬 대장금이나 모두 현대판 전통문화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즐기고 또 좋아하고 또 평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알아듣고 즐겨하고 또 추임새를 출 수 있는 현대판 가루지기타령은 불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당놀이 시리즈가 그런 의미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이조차도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보통으로 전통문화를 재현하거나 복원한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 잊혀지고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에만 의의를 둔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전통보존과 계승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뮤지컬 대장금까지 나온 이 마당에 누구나 다 즐기고 알아듣기 쉬운 ‘판소리 대장금’과 ‘마당놀이 대장금’까지 나온다면 우리의 문화생활이 얼마나 윤택하고 풍부해질 수 있을까?
 
하동근 대표
<약력>
81년 외대 영어과 졸업
90년 동경특파원
2000년 보도국 국제부장
2001년 보도제작부장
2003년 ㈜iMBC 대표이사 사장(현)
㈜ iMBC
2000년 3월 회사 설립
2002년 2월 벤처기업 등록
2003년 4월 방송콘텐츠 유료화
2005년 1월 코스닥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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