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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8월 12일, 경기도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몸통 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16일 경찰은 최초 시신 발견 지점에서 약 3km 떨어진 한강에서 팔 부분을 추가로 발견, 다음날 오전 10시 45분쯤 방화대교 남단에서 피해자의 머리로 추정되는 사체 부분이 발견됐다. 점점 좁혀오는 수사망 때문이었을까. 압박을 느낀 장대호는 이날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대호는 서울 구로구 한 모텔의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해 8월 8일 오전 3시쯤 장대호가 일하는 모텔에 들어온 피해자 A씨는 “숙박비가 얼마냐”며 반말 등을 했고 이를 듣고 화가 난 장대호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숙박비 4만 원 내기를 거부하며 3만 원만 내겠다고 하다가 후불로 하겠다며 숙박비를 내지 않은 채 객실로 들어갔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 장대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객실로 몰래 들어가 잠들어 있던 피해자를 살해했다. 그는 4일에 걸쳐 시신을 나눠 한강에 유기했다.
살인범 장대호의 얼굴이 처음 공개된 것은 그해 8월 21일이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 묻는 기자들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으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범행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언론을 향해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다.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기 때문에 반성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으로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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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8장에 달하는 ‘옥중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범행 과정과 심경 등을 밝혔다.
또 조선족이었던 A씨가 다수의 폭력 전과가 있었으며 불법안마시술소 운영 혐의로 형사처분이 있었던 반면, 자신은 사십 평생 폭력 전과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대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일본이 미국령의 작은 섬 하나 공격했다는 이유로 미국은 일본의 본토에 원자 폭탄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아무도 미국을 전범국가라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일본이 먼저 공격했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내게 먼저 공격을 가했기 때문에 나도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회고록을 작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모든 내용이 특정인에 의해 편집되지 않고 세상에 공개되기 원하기 때문”이라며 “여러분들은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온 국민이 경악할 정도로 이 사회에 피해를 끼친 사람은 내가 아니다. (중략) 나는 한 개인에게 보복살인을 저지른 머리 나쁜 범죄자일 뿐이다”라고 전했다.
해당 회고록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수려한 글솜씨는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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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장대호 외에도 연쇄살인범 유영철, ‘박사방 사건’ 주범 조주빈 등이 옥중 회고록을 낸 바 있다.
조주빈의 블로그에는 상고이유서, 상고이유 보충서, 상고심 결과에 대한 소회 등이 올라왔는데 그는 “통쾌해하는 것도 좋은데 이걸로 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해? 법적·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 거라고 할 수 있겠어?”라는 내용과 함께 피해자가 ‘거짓말’ ‘허위진술’을 했다고도 주장하며 2차 가해를 했다.
유영철 또한 월간조선 기자에 50여 통의 편지를 보내고 “나는 사회를 살인한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들은 왜 회고록을 작성했을까.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언론에 “많은 피의자들이 자신은 책임이 없고 사회에 책임이 있거나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중화기술’을 쓰고 있다”며 “범죄자의 옥중 회고록은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지하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자인 박지선 교수도 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알쓸범잡’을 통해 “온라인에 만연한 ‘거대자기환상’이라는 게 있다. 현실에서 존재감이 미약한데 온라인에서는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환상을 갖는 거다”라며 “장대호도 온라인 활동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범죄자들은 꿈도 없고 미래도 없는 사람들일 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