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있는 사람은 죄가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죄가 있다는 이 말은, 부패한 사법부와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표현으로 탈주범 지강헌이 외쳐 유명해졌다. 2012년 영국 경제지 더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어 발음 그대로를 따와 ‘Yujeon mujwai mujeon yujwai’라고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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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은 목적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인 1988년 10월 8일 지강헌은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탈주해 서울 시내로 잠입했다.
지강헌은 반면 73억원을 횡령한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겨우 7년 선고에, 그마저도 3년도 지나지 않아 풀려난 사실에 분개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은 그저 구호일 뿐이었다.
형벌의 무게가 가벼워서였을까. 전경환은 2000년 5월 빌린 돈 20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한 끝에 패소했고 2004년에도 모 건설업체 대표에게 외자 1억 달러를 유치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15억원과 7만 달러를 가로챘다가 다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마저도 2개월 수감생활을 하다가 건강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구치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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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는 해당 사건을 토대로 가공 설정을 덧붙인 영화 ‘홀리데이’가 제작돼 전국 12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비록 범죄자의 문제제기이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공감하고 있던 우리 사회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