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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대법관 임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 이번 인사에는 문재인정부 대법원장·대법관 인사 중 처음으로 최종 후보군에 고법부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이중 변호사 출신 2명(조재연·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0명이 모두 고법부장이었다. 변호사 출신 2명 임명 당시에도 최종 후보군에는 고법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법관후보추천위는 박은정(전 국민권익위원장) 위원장을 비롯해 Δ이기택 선임대법관 Δ김상환 법원행정처장 Δ박범계 법무부장관 Δ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Δ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Δ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Δ김미연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대표 Δ심석태 세명대 교수 Δ유성희 서울동부지법 판사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추천한 3명은 △‘법관 선발 법원장 1호’ 손봉기(55·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학계 인사인 하명호(52·22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 산하 커뮤니티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오경미(52·25기)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고법판사다.
‘법관 선발 첫 법원장’·‘젠더법 전문 여성판사’ 후보군에
오 고법판사 임명시엔 14명의 대법원장·대법관 중 여성 대법관은 4명까지 확대된다. 역대 여성 대법관이 7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상징적 변화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그동안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고법부장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던 만큼, 이 정부의 마지막 대법관 인사라는 상징성 등을 고려해 후보 3인을 압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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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부장 보임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일부가 사실상 승진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재야를 중심으로 일선 지방법원 재판장인 부장판사들이 인사권자 눈치를 보는 판결을 하게 돼 법원의 관료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2018년부터 고법부장 신규 보임을 중단했다. 사법연수원 24기 보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엔 관련 법원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2월부터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고법부장들에 대한 권한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고법부장들이 독점하던 법원장 자리에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임명되기도 했고, 재판장만 하던 고법부장들이 대등재판부의 한 구성원으로서 배석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올해는 차관급 예우의 상징이었던 관용차량 운행도 폐지했다.
다만 법원 내부에선 외부의 전관예우 우려 해소와 평생법관제 정착 등을 위해 고법부장들의 퇴직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일원화 이후 우수 법조인의 법관 지원 감소로 판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판 신뢰를 위해선 법조경력 30년 내외인 고법부장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과거와 달리 정년을 채우려는 고법부장들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의 원로법관제 이상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시니어법관처럼 제도적으로 법관 연령에 따라 재판업무를 줄여주거나 지원 인력 증원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