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국 비상하나…5월 수출 역대 최대·증가폭 32년만 최고

5월 수출 32년만 최고 증가 배경 반도체·車·석유화학
반도체, 두번째 100억 달러↑…2018년 초호황기 수준
석유화학·車, 수출 2배로…신성장 품목도 수출 증가세
  • 등록 2021-06-02 오전 12:00:00

    수정 2021-06-02 오전 12:00:00

지난 2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경계영 기자] 우리나라의 지난달 수출이 주력 품목인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32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사상 두번째로 월간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자동차와 석유화학은 수출이 1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5월 수출이 507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88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고 증가율(45.6%)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15개 품목 중 선박을 제외한 14개 품목에서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이중 12개 품목은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 100억 4300만 달러 수출로 전년 동월(80억 7000만 달러) 대비 24.5% 급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연속 수출 증가다. 5월 기준으로는 수퍼사이클을 탔던 2018년(108억 4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2위다. 1~5월 누적 수출액 460억 달러로 이 역시 2018년(501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증가율은 기저효과 탓에 4월(30.2%)에 비해 소폭 줄었으나 수출액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도체 호황 계속된다…‘선행지표’ 장비수입 늘어

실제 최근 반도체 수출 실적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덕을 톡톡히 보며 2017~2018년 반도체 초호황기와 비견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모바일용 반도체 주문이 늘고 있고 클라우드 업체들의 투자 확대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주문도 증가했다.

이밖에 비대면 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다양한 영역에서의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메모리 고정 가격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비대면 경제 활성화에 따른 노트북 판매 호조 등으로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도 한몫을 했다.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의 선행 지표로 평가받는 반도체 장비 수입 최근 상황이 2017~2018년 슈퍼사이클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수입이 반도체 수출을 6개월가량 선행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월간 수출규모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석유화학 품목도 전 세계적인 가전·IT 제품 수요 급증에 동반한 수요 급증으로 전년 동월(23억 4000만 달러) 대비 94.9% 급증한 45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로, 최근 3개월 수출 실적만 놓고 보면 월간 기준으로 역대 1~3위다. 5월 수출 규모는 3월(1위·47억 5000만 달러), 4월(2위·46억 7000만 달러)에 이은 역대 3위다.

주요국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가전·섬유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등의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또 국제유가 상승으로 높은 수출 단가를 유지하는 상황도 최근의 호조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1톤당 784달러 수준이었던 석유화학 수출단가는 올해 5월 1434달러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자동차 수출도 미국·유럽연합(EU) 등 글로벌 주요 시장 내 판매 증가로 전년 동월(18억 300만 달러) 대비 2배 가까이(93.7%) 증가한 34억 9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증가다.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등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출 단가가 강세를 보인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밖에도 대표적 신상장 품목으로 평가받는 바이오헬스와 이차전지는 각각 12억 달러, 7억 3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5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품목은 각각 21개월, 9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선박 수출은 13억 6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9% 감소했다. 선가가 낮았던 2~3년 전에 수주한 선박들이 지난달 통관되며 일시적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수출 펀더멘탈 견고해져…양적 측면도 개선

지난달 수출은 질적 측면을 넘어 양적 측면까지 개선된 모습이다. 그동안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은 좀처럼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수출회복세 속에서도 수출 양대축 중 하나인 수출물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이때문에 우리나라는 그동안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품목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한 높은 단가를 통해 수출 실적을 유지해왔다.

부진을 거듭하던 수출물량은 4월 0.5% 늘어 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15.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지난달 수출 단가도 전년 동월 대비 25.9% 증가하며 수출 물량·단가가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7년 9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내용면으로도 우리 수출의 펀더멘탈이 더욱 견고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올해 수출 반등을 넘어 새로운 수출 도약의 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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