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위기의 KT호]④삼성과의 인연은? 새CEO에 바란다

민영화 때 정부는 삼성 원했지만 SKT가 1대 주주로
삼성출신 CEO오나..찬반 엇갈려
SK, CJ, 케이블 등 관련 업계도 초미의 관심
  • 등록 2013-11-13 오전 12:00:15

    수정 2013-11-13 오전 12:00:15

[이데일리 김현아 김상윤 기자] 이석채 회장이 12일 공식 사임하면서 KT(030200)의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KT는 표현명 사장(T&C부문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데, 차기 회장 후보군은 전·현직 임원들과 옛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관료, 삼성출신 경영자와 기타로 나뉜다.

눈에 띄는 것은 삼성출신들이다. 2008년 새 사장을 뽑을 당시까지만 해도 삼성은 없었다. 2008년 12월 9일 진행된 사장 후보 인터뷰 최종 대상자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김창곤 전 정보통신부 차관(당시 LG텔레콤 고문),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당시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우의제 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등이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성균관대 석좌교수) 등 전직 삼성맨뿐 아니라,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인 홍원표 사장까지 거명된다.

KT와 삼성의 인연이나 ICT 생태계의 판세를 보면 이해된다는 평가도 있다.하지만 KT 회장으로는 예리한 삼성 출신보다는 통신이나 미디어 등을 잘 아는 ‘온건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적합하다는 평도 있다.

정부는 삼성 바랬지만, SKT가 1대 주주로

삼성과의 인연은 2002년 5월 김대중 정부가 KT 잔여 지분(28.4%)을 모두 매각했을 때로 돌아간다. 당시 정부는 삼성·LG·SK·포스코·현대자동차 등 재벌그룹들이 KT 지분을 나눠 갖거나, 삼성이 KT 지분 상당수를 인수하길 원했다.

누구도 SK텔레콤이 원주형태로 9.55%, 교환사채(EB) 형태로 1.79% 등 총 11.34%를 비밀리에 매집할 줄 몰랐던 것. 정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SK텔레콤은 결국 무릎을 꿇는다. 2003년 1월 SK텔레콤 보유 KT 지분 9.64%(1조 5172억 원)와 KT 보유 SK텔레콤 지분 9.27%(1조 8518억 원)를 맞교환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 관료는 “당시 SK텔레콤이 자식 같은 KT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걸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삼성이 대주주가 됐으면 했지만, 삼성은 당시 5만 5000명이 넘는 KT 인력을 마땅치 않아 했다”라고 회상했다.

KT 일부에선 이때부터 “글로벌 기업 삼성에 속했다면.”하는 얘기도 나왔다.

삼성 출신 CEO오나…찬반 엇갈려

KT 내부에서 삼성출신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의 철저한 실적중심 사고가 또다시 5000명 이상의 가장을 거리로 내몰 수 있다는 걱정이다.

제조업으로 커 온 삼성과 통신과 미디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KT는 업의 특성이 달라 삼성출신이 오더라도 삼성의 혁신성을 제대로 이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채 회장은 탈(脫)통신·비(非)통신을 외치며 새로운분야에 과감히 투자했지만, 근간인 통신이 망가지면서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KT 한 임원은 “삼성은 수익향상만 중요한 글로벌 기업이고, KT는 반관반민의 국민기업”이라면서 “꾸짖는 카리스마보다는 열정을 모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물론 TV와 스마트폰 제조업에서 미디어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삼성의 비즈니스 모델이 KT가 추구하는 콘텐츠·소프트웨어 중심의 성장모델과 다르지 않은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 출신이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다.

SK, CJ, 케이블 등 관련 업계도 초미의 관심

KT 차기 수장 문제는 단순히 KT 내부의 이슈가 아니다. 그래서 SK, LG, CJ 등 다른 기업들도 관심이 많다. KT는 국내 최고의 미디어 그룹이자,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를 갖춘 국가대표 기간통신회사인 이유에서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산업협회장은 “방송·통신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이 산업 전반에 대해 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춘 전문가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CEO가 가져야 할 능력 중 정치력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양휘부 회장은 “여기에 정부와 노조, 방송통신 업계와 원만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조정력을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재계 11위권으로 국가 사회에서의 역할과 KT 자체의 성장을 하기 위한 구조조정을해야 한다”면서 “창조경제의 실질적인 진도를 나아가려면 굵직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디바이스 쪽이 강한데 대표적인 네트워크 사업자 인력으로 쓴다는 것은 균형이 무너진다”면서, 삼성 출신에 대해 에둘러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낙하산이더라도 능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사 고위관계자는 “KT의 사업 결정은 사실상 업계에서 정부의 정책 결정 같은 효과를 낸다”면서 “KT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ICT 전체 산업을 키우는 식견을 갖춘 인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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