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임원임금을 15% 반납하고 팀장과 임원 법인카드까지 동결했지만, 영업익은 크게 못 올리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 이동통신가입자가 35만 명이나 줄어든 탓이라 적었다.
발신인이 없어 수상한 마음이 앞서지만, 지나쳐 버리기 어려웠던 것은 편지 막바지에 실상을 덮는 경영진과 낙하산만 날려보내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소액투자자의 권익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편지는 ‘KT 담당 부서는 신문 안 보는 토요일에 공시하는 등 영업이익을 사실상 은폐하려고 한다’며 ‘언론에서 소액투자자와 주인 없는 KT의 위기에 관심을 둬달라’고 마무리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실적 추락으로 직원들과 주주들은 걱정이 큰데, KT 경영진들은 오히려 잡음을 내버려두거나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부추겨 주파수 정책을 자사에 유리하게 바꾸려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치권이 민영화된 KT에 대해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지만, 경영진 스스로 정치권의 마수(魔手)를 유도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KT는 기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사업구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것이 KT 주주들과 3만 2000여 직원들, 그리고 우리나라 IT 산업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