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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5일 최근 중국에서 짓다 만 주택을 뜻하는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 뒤 어두운 이면을 조망했다.
지난해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자금난에 빠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연쇄 디폴트 위기에 놓이면서, 주택 구매 계약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붓고도 살 집을 인도받지 못한 중국인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집과 돈 모두 잃게 된 사람들이 짓다 만 아파트에서 무작정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20대 아들의 결혼 준비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70만위안(약 1억 3200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선분양받았다. 계약금 12만위안(약 2270만원)도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그런데 대출 상환 총액이 한 달에 1만 2000위안(약 227만원)을 넘어서면서 기존 거주지의 집세를 낼 수 없게 됐고, 결국 가족 모두 짓다 만 건물로 이주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또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이 미완공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개발업체의 공사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예 공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중국 운남성 쿤밍시에서 아직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 14채가 지난해 8월 말 폭파 해체됐다. 안전성 논란에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개발업체가 공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7년 동안 미완공된 채 남겨졌던 아파트가 무너지는 데에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에 중국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행정 관련 제언·불만 사이트에는 최근 미완공 건물과 관련해 “우리가 고생해 번 돈이 다 어디로 갔는가”라며 한탄하는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게시물이 지방 시민들의 호소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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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신뢰는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더욱 크게 키우는데 일조했다. 일본 경제신문이 2020년 중국의 주택 시가총액을 추산한 결과 95조 6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과 국토 면적이 비슷한 미국의 2.6배 규모다. 또 지난 10년간 중국 부동산 시세는 평균 3배 가량 급등해 같은 기간 미국의 1.7배를 크게 상회했다.
문제는 중국 부동산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미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9%로 추산됐다. 이는 2010년대 금융위기에 빠진 스페인, 아일랜드의 최고치를 웃도는 수치로 중국 부동산 부문이 20% 줄어들면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대규모 정비에 나섰다. 그 중 ‘귀신의 성’이라 불리는 고스트타운 정리가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 의지 역시 “수치로 확인한 부동산 거품을 감안하면 불타는 돌에 물 한방울 수준으로 끝날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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