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앞으로 전달해주세요. 여기 뒤에 꽉 막혀 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
이태원 핼러윈 파티 현장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 수 시간 전 한 여성이 꽉 막힌 골목길 정체를 풀기 위해 군중들에게 외친 말이다. 이후 실제로 시민들이 이 말에 호응해 자발적으로 이동 방식을 바꾸면서 통행이 가능할 수 있었다.
| 29일 오후 7~8시께로 추정되는 이태원 참사 당시 골목길 영상에서 한 여성(빨간색 원)이 “올라오실 분들 대기해달라”라고 통제하고 있다.(사진=틱톡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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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틱톡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는 한 여성의 이 같은 통솔이 담겨 있다.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양쪽 모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평지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여성이 “잠시 올라오실 분 대기해주시고 내려가실 분만 이동해요”라며 “앞으로 전달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여성의 제안에 시민들이 호응하면서 “내려가~내려가~”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자연스럽게 꽉 막힌 정체가 풀리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웃음 소리도 나왔다. 여성은 “올라오시지 말고 기다리세요. 내려가는 거 먼저에요”라고 거듭 행인들을 통제했다.
영상 속에는 “오~내려가지는데”, “가진다, 가진다”, “어 진짜 내려간다”라는 시민들의 말소리도 담겼다. 한동안 꽉 막혀서 옴싹달싹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발언들이다. 해당 영상에는 ‘한 여성분 덕분에 집갔어요. 감사해요’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 영상은 29일 오후 7~8시쯤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2~3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의 전조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이 여성이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넘겼지만 이후에도 더 밀려든 인파로 인해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해당 영상에 자신이 등장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오후 7시30분 쯤 사고 장소 지나갈 때 벌어진 일”이라며 “여성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서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해당 광경을 목격했다는 시민 A씨도 “여성분이 크게 소리치면서 길을 정리하는데 한동안 못 움직이던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통솔에 따랐다”라며 “한 20여분간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