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 아버지의 고민…자녀들 위한 맞춤형 상속[별별법]

*이전 회 ‘반백년 두 가정 두고 살아온 할아버지의 상속 고민, 결국[별별법]’에서 이어집니다.

[배정식 법무법인 화우 수석전문위원] 40대 후반에 이혼하고 50대 중반에 새로운 가정을 꾸린 홍창수(가명) 씨. 새로운 배우자 사이에 2명의 자녀를 가져 자신은 60대이지만 자녀들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물론 전처와의 사이의 자녀들은 장성해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다.

엄마와 함께 살았던 전처 사이의 자녀들은 떠나간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도 컸지만 최근 한 자녀가 사업자금 지원요청을 하면서 자연스레 현 배우자와 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염려도 마음에 걸려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60대 중반으로 아직 건강한 상황이지만 아무래도 경제활동은 점차 줄어들고 홍씨의 현 배우자는 걱정이 커졌다. 두 부부의 상담을 하게 됐다. 물론 유언제도를 통해 새롭게 자신의 뜻을 밝혀둔다면 그 뜻대로 유산정리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유언제도만으로 그 가정 내의 고민을 명확히 해결할 수 있는지, 유언장과 함께 또 다른 솔루션은 없는지 함께 찾게 됐다. 바로 유언과 신탁의 결합이다.

복잡해진 가족 구성원간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 모색

위 사례들의 가정들, 즉 이혼과 재혼 또는 혼외자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들을 위한 재산관리와 상속 이슈에 있어 효율적인 솔루션은 무엇이 있을까.

이전 회 사례의 김창수 씨는 당시 재산이전의 문제를 신탁으로 진행했다. 바로 유언대용신탁이었다. 유언대용신탁은 김씨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자신의 뜻대로 운용·관리·지급하다가 남은 재산은 자신이 지정한 사람에게 이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산이전 방법을 말한다. 신탁법 제59조에 명확히 유언대용신탁이라는 명문 규정이 있어 자신의 급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김씨의 인지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재산을 맡기는 사람의 경우 그를 증명하는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김씨에게 좀 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꼼꼼하게 사전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법적배우자의 관계 정립, 그리고 자녀들간 상속재산의 분쟁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 가족간 협의를 통해 분쟁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유언장을 작성해 유언집행인을 정해 정확한 집행인의 역할도 부여함으로써 분쟁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재산상속 외 후견인 지정에 관한 문제도 정함으로써 의료와 요양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사례의 홍씨의 경우 당장 상속이 발생할 상황이 아니기에 자신의 노후관리와 현 배우자를 위한 안전장치, 그리고 어린 자녀들이 성년이 되거나 일정한 연령이 이를 때까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플랜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또한 사업자금을 요구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부여하되 근로의욕이 저하되거나 사업으로 인한 실패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등이 종합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우리는 삶의 전 주기를 함께 풀어가는 솔루션을 유언과 신탁이라는 큰 물줄기를 만들고 그 과정마다 생겨나는 노후관리, 그리고 자녀의 증여와 적절한 관리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홍씨는 자녀에게 재산을 주되 신탁으로 다시 설정하도록 해 아들의 사업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경험을 조언해 재산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동시에 자신의 현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을 위한 단단한 자산관리 계획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가정의 문제는 결국 부부가 풀어야 한다. 살아가는 동안 배우자와 관계가 힘들어져 이혼에 이를 수도 있다. 남겨진 어린 자녀들을 위한 재산의 배정, 그 이후 미성년자가 보유한 재산에 대한 관리를 두고 결별한 배우자들끼리 다투는 갈등 구조를 새로운 지혜를 담아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배정식 수석전문위원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수료) △하나은행 론센터, 검사부 등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및 센터장 △(현)법무법인 화우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