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요새 속이 바짝 타고 있다. 다달이 철근 등 원자재를 공급받던 중간유통대리점에서 공급량은 줄이고 가격은 크게 올려서다. 이 관계자는 “내년 말 분양을 예상했는데 더 늦어질 판”이라며 “분양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철근, 시멘트 등 건축 원자재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 사태가 주택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건축비를 올리고, 분양가를 올리는 도미노 현상을 낳고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계속되는 집값 상승 속에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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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21.8이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3월 125.93까지 상승했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 등 직접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국은 철근 수출을 사실상 멈췄고, 국내에선 제철업계가 생산량을 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이 산업재해 사고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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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선분양 아닌 후분양으로 돌아설 아파트사업장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후분양제도는 골조 공사를 90% 이상 마무리 짓고 최종 공사비 등을 계산해 분양가를 산정한다. 분양 물량이 4000가구에 달하는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등에서 현재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보다 후분양이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 저울질하는 곳들이 있는데 후분양하면 원자재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 분양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도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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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에 해외건설 현장도 긴장하고 있다. 철근 원재료인 철 스크랩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근 품귀현상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다. 해외 사업장을 둔 한 건설사는 “과거 플랜트 현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재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납기가 한 달 정도 지연된 경험이 있다”며 “글로벌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공기 지연을 요청해야 할지, 납품업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에서도 해외 현장을 모니터링 중이다. 자재가 건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특수 자재의 경우 수급 불안의 상황이 공사 진행에 민감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자재조달 지연과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건설사들 역시 대체 조달처를 발굴하고 대응하려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