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지난 9월 26일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이 선포되고 이를 이뤄나가기 위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출범했다.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후 AI가 국가 역량과 경제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하에 주요 국가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미국의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메타 외에 중국의 텐센트, 알리바바, 프랑스의 미스트랄, 독일의 알레프 알파, 그리고 우리나라의 하이퍼 클로바 X 등이 디지털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AI 기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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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미래 디지털 산업은 승자 독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빅테크 AI 투자 동향 자료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 6곳의 AI 투자 평균 규모는 2015~2019년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와 비교해 2020~2023년에는 무려 12배 성장한 104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가지 우려되는 일이 눈에 띄었다. MS의 윈도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MS의 AI인 코파일럿이 작업표시줄에 자동 설치됐고 새로 나온 코파일럿+ PC라는 이름의 AI 노트북에는 코파일럿 물리키가 기본 탑재돼 출시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코파일럿은 오픈AI의 엔진을 이용해 MS의 윈도 기반에서 작동되며 MS 오피스와 연동해 작동하는 AI 비서다.
언뜻 보기에는 윈도의 AI 비서를 호출하는 전용 키가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 사용자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PC 제조사들은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노트북에 앞으로 코파일럿 키를 기본 탑재할 것이고 이용자들은 다양한 AI 모델 중 내가 원하는 것을 물리키와 연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옛날 윈도에 익스플로러 기본 탑재, 최근의 오피스에 팀즈 기본 탑재와 같은 일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PC 운영체제에서 코파일럿이 유일한 기본 옵션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이미 윈도, 오피스와 결합된 MS의 코파일럿만을 선택하게 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사소해 보이지만 승자독식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AI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 다툼, 국가 간 미래 패권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요 AI 선도국들도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전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중국과 AI 안전을 어젠다로 글로벌 리더십 협력을, 중국은 미국의 AI칩 대신 자국 제품 사용을 종용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 같은 자체 기술을 활용한 자체 AI 개발을 이어오는 것도 국가의 기술 독립성과 정보 주권을 위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각국의 플랫폼 정책이 ‘자국 플랫폼’ 보호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미래가 달린 AI 기술 개발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뒤늦게나마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로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를 비롯해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모두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 정부의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규제 체계 마련, 기업의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한 기술 개발 그리고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신규 AI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소비자 선택에 따라 AI 개발과 배포가 이뤄질 수 환경을 구축했을 때 비로소 AI 세계 3대 강국으로 가는 길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