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축산물, 소비자물가 상승 주도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0% 올라 3개월째 1%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와 저유가가 맞물려 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물가가 상승세를 보인 이유는 농식품 분야의 강세 영향이 컸다. 지난달 농축수산물과 신선식품지수는 1년새 각각 3.2%, 3.8% 상승했다. 외식은 물론 재택근무, 개학연기 여파로 구내식당이나 학교 급식 등이 줄고 가정 내에서 ‘집밥’ 소비가 늘어나면서 식품 분야 가격이 올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발달하면서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신선한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2월 온라인 쇼핑동향 통계에서 식품 거래액은 1조935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77.7%나 급증했다.
소매시장에서는 식재료 수요가 많은 채소류와 축산물 가격이 강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기준 배추와 양배추 한 포기(상품 기준)의 소매가격은 각각 4439원, 4989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6.7%, 104.1%씩 상승했다. 1년 새 가격이 두 배 가량 뛴 것이다. 평년에 비해서도 30~50% 비싼 수준이다.
계란의 3월 소매가격은 5433원(30개·특란·중품 기준)으로 1년 전(5125원)보다 6% 가량 올랐다. 평년 가격(5408원)보다도 조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산란계 마릿수를 조절하면서 계란 공급이 다소 줄어든 반면 가정 소비는 늘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韓 곡물자급률 23% 그쳐…수급 차질 우려
세계 식량가격도 변동폭이 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입 제한 조치로 유통망이 끊겨 가격이 하락한 곳이 있는 반면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해 오른 경우도 있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3월 쌀 가격지수는 201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쌀 소비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인디카쌀(안남미)은 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의 수출 중단으로 가격이 올랐다. 돼지고기도 중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국가별로 필요 품목을 생산하는 분업 체계가 정착된 상태여서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차단될 경우 식량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 기준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3.4%에 그친다. 쌀(94.5%)과 서류(95.2%) 자급률만 넉넉할 뿐 보리쌀(24.9%), 밀(0.9%), 옥수수(0.8%) 등은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경 봉쇄가 지속되면 식량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량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전방위로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과거에는 식량부족으로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지만 현재 곡물 재고가 예상 소비량의 30%에 달할 정도로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장은 “현재 국제식량 수급에서는 큰 문제가 없고 무역 제한 조치가 취약계층·국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정도”라며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대응을) 검토해야겠지만 당장 식량 위기가 올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